자유롭거나, 느슨하거나

by cha

매일 아침 여섯 시 반, 우리는 가벼운 체조와 함께 필리핀 동네 구보를 했다. 한국 본교에서도 늘 하던 일정이었기에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곳의 바닥이 ‘돌밭’이었다는 사실이다.

운동장 흙바닥이나 매끈한 돌밭이 아닌, 주차장에서나 볼 법한 날카로운 자갈들이 깔린 길이었기에 잠이 덜 깬 채 달리다 넘어지면 다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물론 옆에서 선생님이 함께 뛰어주었지만, 그 사실이 돌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 돌밭에서 구른 첫 번째 아이가 되었다.


무릎을 몇 바늘을 꿰매야 할 정도의 깊은 상처였지만, 그때의 나는 물론이고 아마 선생님도 그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건 메디폼 붙이면 금방 나아.”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내 무릎에 큰 메디폼을 붙여주었다. 다행히 피는 금방 멎었지만, 이제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두달 정도 지나자 상처에는 지저분한 딱지가 앉았고, 결국 두툼한 바퀴벌레 몸통 같은 흉터가 남아 버렸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ch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성공하는 삶보다 성장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9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1화중3, 필리핀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