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의 주말 커리큘럼은 봉사로 채워져 있었다. 매주 노숙인들을 위해 햄버거를 백 개씩 만들었고, 한 달에 두어 번은 한센인 마을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시멘트길을 만드는 일을 했다. 손에 시멘트 가루가 묻고, 옷이 땀에 젖어도 우리는 그 시간이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믿었다. 의미라는 단어는, 그 나이의 우리에게 늘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기억은, ‘쓰레기마을’이라 불리던 빈민가에서 보낸 1박 2일이다.
선생님은 빈민가의 어린이 봉사센터에 연락을 취해, 우리를 그 동네의 현지인 집으로 보내 1박을 하게 했다. 필리핀의 열악한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현지에 있는 분들의 실상을 파악하고 느끼라는 목적이었다. 우리는 낮에는 봉사센터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풍선을 만들어주고 색칠공부를 같이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 전 비가 많이 와 무너진 집의 수리를 돕기도 했다. 시멘트 포대를 도로에서 집 안까지 나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이미 여러 봉사를 거치며 체력이 길러진 터라 버틸 수 있었다. 우리는 기차처럼 줄을 서서 포대를 옮겼고, 그 덕분에 일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오후 일정들이 모두 끝나자 간식으로 뚜론(춘권피에 바나나와 설탕을 넣어 튀긴 음식)이 나왔다. 작고 당도가 낮은 바나나였지만, 새로운 상황에 들어와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마냥 즐거웠다.
저녁이 되자 선생님들은 떠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보호자가 없는 상태로 그 마을에 남았다. 우리는 두어 명씩 짝을 지어 각기 다른 집에 맡겨졌다. 낮에 봉사센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사는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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