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의 1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각은 배고픔이다. 밥을 못 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창 성장기였던 우리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간식이라도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학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 외에는 간식이 전면 금지였다. 아이들이 간식만 먹고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였다. 이해가 안 되는 논리는 아니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팠던 우리에게 그 규칙은 지나치게 가혹했다.
결국 우리는 각자 살아남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토요일마다 필리핀 대형 쇼핑몰인 SM 쇼핑몰에 가면 부모님이 보내주신 용돈으로 생필품을 살 수 있었는데, 그때 우리는 몰래 간식을 샀다. 그리고 영수증을 두 장으로 나눠 구매 사실을 숨겼다. 학교에 돌아오면 선생님들이 영수증 검사를 했기 때문이다. 사 온 간식은 창틀, 침대 밑, 트렁크 속에 숨겼다. 불시에 방 검사가 있는 날이면 아예 학교 밖 풀숲에 던져 두었다가 검사가 끝난 뒤 다시 주워 와 먹기도 했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학교 담장을 넘었다. 학교를 조금만 벗어나면 작은 마을이 있었고, 입구에는 ‘싸리싸리’라는 구멍가게가 있었다. 우리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그곳으로 달려가 파워에이드 가루나 불량식품을 사 먹곤 했다. 처음에는 외국인 학생들을 경계하던 주민들도 시간이 지나자 우리를 그저 배고픈 애들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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