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날의 비처럼 지나간 헬싱키 (2)

by 수니



하필이면 오늘 꼭 가보고 싶던 아모스 렉스 뮤지엄(Amos Rex Museum)은 휴관이었다. 망연자실한 채로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내가 보고 싶던 설치물이 아주 잘 보여서 만족하기로 했다.


몸을 좀 녹이고 와이파이도 얻어 쓰며 풍족한 시간을 보냈다. 새삼 인터넷의 소중함을 느꼈다.

아모스 렉스 뮤지엄 앞 카페


따뜻한 커피는 배를 허기지게 만들었다. 추운데 마구 쏘다녀 경직되었던 몸이 서서히 녹으며 위장이 비었음을 알려주었다. 꼬르르륵!

근처에 밥 먹을 곳을 찾아보다가 바로 길 건너에 있는 키아스마 미술관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헬싱키 Kiasma museum의 레스토랑

간단한 런치 메뉴를 팔고 있었고 메뉴 중 그나마 입맛에 맞을 것 같은 콜드 피쉬를 주문했다.


생각 외로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생선과 메쉬 포테이토, 타르타르소스는 먹어본 중 최고였다.

배가 심하게 고파서는 아닐 것이다.




헬싱키의 키아스마 현대미술관(Kiasma museum of Contemporary Art)은 헬싱키에서 가장 유명한 컨템퍼러리 미술관이자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이다.


평소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해외여행에서 일정에 꼭 넣을만한 곳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난 이 날, 키아스마를 관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돌아다닌 덕에 체력이 바닥이 나서 이 커다랗고 멋진 건물을 몇 시간이나 둘러볼 힘이 하나도 없었다. 헬싱키에 다시 와야 할 이유는 다행히도 키아스마뿐만이 아니었기에 포기하는 데에 아쉬움이 크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앞의 기프트 샵을 구경했다. 헬싱키의 곳곳이 그려진 일러스트 엽서를 몇 장 구매했다. 어느 나라에 가던지 어떠한 형식의 그림을 구매하는 것은 나만의 여행 수집 방식이다.


그 나라의 어떠한 물건이라도 하나 챙겨야 ‘이 곳에서 참 좋았지.’하는 추억 소환 기능이 생긴다.



키아스마 바로 옆에는 헬싱키 역이 있다.

난 이 곳에서 기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데 사실 어디에서 뭘 타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와보았다. 근데 사람의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순간적으로 ‘이 기차를 타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 전광판에 언뜻 보인 비행기 모양을 따라가 그곳에 정차되어 있는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 내부에서 보이는 다른 기차를 보며 혹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전광판에는 분명 비행기 모양과 Airport라는 단어가 보였다. 다른 공항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얼른 기차의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구글맵을 켰다. 기차가 출발하고 방향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심했다.



스톡홀름과 꽤나 비슷한 풍경이 지나갔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춥고 정신이 없었다.


비록 헬싱키에 머무른 시간은 짧았고 경험한 것도 많이 없었지만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전 날 잠도 잤으니 그걸로 충분히 만족했다.


굉장히 알찼다고, 다음에 또 오거든 이번에 못 한 경험을 하자고 스스로 되뇌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여행을 하던 항상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고 완벽히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은 없기에, 또 그 아쉬움 덕분에 그곳으로 다시 향할 수 있다.

그렇게 다시금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리고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나의 지친 삶에 환기를 불어넣어주는 여행.

생각지도 못한 영감을 떠오르게 해주는 여행.

다시금 소중한 사람들을 상기시켜주는 여행.


여행은 할수록 나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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