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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Aug 07. 2020

페티예에서 파묵칼레로

패러글라이딩 성공!

* 2014 11 터키 여행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늘을 보니 너무 맑았다.

씻고 짐을 싼 뒤 리셉션으로 가서 짐을 맡겼다.

그리고 헥토르 패러글라이딩 차에 탔다.


오늘도 못하는 건 아닐까 불안했지만 햇빛이 쨍한 날씨에 안심했다. 다시 어제 올라갔던 산으로 차가 덜덜거리며 올라갔다. 얼마나 높은지 한참이나 올라갔다. 언덕에 다다르고 모두들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준비했다. 입고 있는 옷 위에 꾸질한 점프슈트를 입고 위에 후드를 하나 더 입고 장갑도 끼고 장비를 착용했다. 높은 지대라 추운가 보다.


난 상공 2000m 높이에서 뛸 준비가 됐다.


날씨가 좋아 더 높은 곳에서 뛸 수도 있었지만 차가 올라가지 못해서 오늘은 여기서 뛴다고 한다.


내 짝꿍 파일럿은 함께 장비를 착용하고 나에게 한국인이냐 묻더니 파일럿이 내게 한국어로 소리쳤다.


달리기, 달리기, 달리기!”


빠르게 뛰라고 했다. 빠르게 달리고 싶었지만 잘 안 달려졌다. 있는 힘껏 빠르게 달리다 보니 발이 땅에서 멀어졌다. 허공에 발을 굴리게 되었다. 몸이 붕 떴다. 그리고 자연스레 몸이 앉는 자세로 되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이 몸이 붕 떠서 날고 있었다.

현실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꿈속에서 나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높은 곳에서 내가 날고 있다.



페티예 패러글라이딩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림 같은 배경이 눈 앞에, 발아래에 펼쳐졌다. 보석같이 파랗게 빛나는 지중해 바다와 눈부신 태양. 산 아래 해변가의 마을.


파일럿과 짧은 대화도 주고받고 사진과 동영상도 찍었다. 그리고 붕 떠있는 것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파일럿이 빨리 내려가고 싶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재미있을 거라며 꽉 잡으라고 했다.


그리고 스핀을 돌 듯이 빙글빙글 빠르게 돌았다. 360도 회전일 것이다. 난 놀이기구를 잘 타는 편이라 정말 스릴 있고 재밌었다. 내 생에 가장 스릴 있던 놀이기구.


어느새 우린 욀루데니즈 해변가에 착지했다. 해변의 모래를 밟자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그리고 무지 더웠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다. 모두들 입고 있던 옷들을 훌렁훌렁 벗어던졌다.


헥토르 사무실로 돌아와 패러글라이딩 하는 동안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구매할지 말지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생에 한번뿐일지 모르는 경험인데 구매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인생에서 값진 경험을 돈 주고 살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패러글라이딩은 약 5만 원이었고 사진+동영상 파일이 약 5만 원으로 총 10만 원가량이 들었다.


전에 취소된 패러글라이딩은 한국에서 예약하고 오는 바람에 카드 취소가 되어서 갖고 있던 현금으로 여기서 현장 결제를 했는데 갑자기 여행 경비가 훅 줄어버려서 큰일이다.


우선 호텔로 돌아와 배가 고파서 근처를 걷다가 슈퍼가 있길래 들어갔다. 뭔지 모를 약과와 비슷한 디저트와 바나나, 주스를 샀다.


먹으면서 메트로 세르비스를 기다렸는데 그 앞을 지나가던 어린 소녀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도 반갑게 흔들었다.


파묵칼레로 가는 세르비스(터키의 장거리 버스)를 탔는데, 아까 패러글라이딩을 같이 했던 한국인 남자를 만났다. 같은 한국인이라 반가워서 같이 앉아 가려고 했는데 버스 기사가 엄청 화를 냈다. 같이 앉으면 안 되나 보다. 지정 좌석도 아닌데 이상해서 다시 같이 앉았더니 올라오던 승객이 여자랑 남자랑 같이 앉으면 안 된다고 한다. 결국 다른 자리에 앉아서 갔다.


엄청 시골 같은 길을 굽이굽이 지나 4시간쯤 흘렀을까, 데니즐리 오토갈에 도착했다. 드디어 한국인과 통성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귀여운 아기의 아빠고 친구와 둘이 여행 와서 각자 일정대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한다. 근데 호텔 예약도 안 하고 무작정 온 터라 내가 묵는 호텔에 방이 있는지 가보기로 했다. 우린 무료 픽업차를 타고 파묵칼레까지 와서 오즈베이 호텔에 도악 했다.


다행히도 남는 방이 많아서 그는 룸 업그레이드까지 받았다. 혼자서 트리플 룸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나에게 너무 고마워하며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체크인을 하고 일본인 여자가 하는 식당에 가서 닭볶음탕과 치킨 간장 생강 밥을 먹었다.

솔직히 생강 밥은 맛이 굉장히 별로였고 닭볶음탕이 그나마 나았다. 밥을 먹으며 그에게 부탁을 했다.


패러글라이딩이 취소되는 바람에 예상에 없던 경비 지출이 생겨 여행 경비가 부족하게 되었는데, 내가 체크카드를 안 가지고 오는 바람에 돈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지금 스마트 뱅킹으로 입금해줄 테니 나에게 현금을 인출해서 달라고.


그는 기꺼이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난 그에게 25만 원을 입금해줬고, 그는 나에게 500 리라를 ATM기에서 인출해주었다. 정말 감사했다.


호텔로 돌아와 각자 방으로 갔는데 내 방은 여성 전용 도미토리 룸이었다. 한국인 여자분 두 명이 있었고 우린 다 혼자 온 여행객이었다. 그중에 한 명은 페티예 호텔에서 만났던 여자였다. 그녀는 이스탄불에서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해서 여태 가족들과 연락도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여행 기간이 몇 달이나 남아서 걱정이라고 한다. 내 휴대폰을 빌려주고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다. 가족들이 얼마나 걱정했을까... 휴대폰 없이 여행을 다니는 건 정말 어려울 것 같다. 만능 구글맵이 없다는 건 상상만 해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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