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수빈 Soobin Jun 25. 2019
언제부턴가 고기를 피하게 됐다. 메뉴를 선정할 때도 되도록 육식을 피하게 된다. 유튜브에서 고기 굽는 영상을 보는 데도 군침은커녕 보기 싫은 기분이 든다. 물론 고기는 맛있다. 허나 고기를 먹기 전과 후에 나는 늘 고통받는다.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한다. 왜 그럴까. 나는 왜 떳떳하게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됐을까. 왜 나는 고기를 쳐다보지 않게 됐을까.
시작은 환경이었다. 시험기간에 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저것들이 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이 40%도 안된다는 걸 깨달았고, 최근 플라스틱 대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관심을 갖다 보니 나는 어느새 노 플라스틱 챌린저가 되어 있었다. 기존에 쓰던 플라스틱 제품을 절반으로 줄였고,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알바를 하면서도 음료에 무작정 빨대를 꽂지 않고, 고객에게 먼저 물어보게 되었다. "빨대 꽂아드릴까요?"
유튜브로 플라스틱 다큐를 보기도 했고, 틈날 때마다 대안 용품 사이트를 찾아보곤 했다. 요새는 플라스틱 관련 이슈를 모아 <월간 플라스틱>이라는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다. 왜 그렇게 플라스틱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언제부턴가 내가 쓰고 있는 것들에 눈길이 갔고, 이게 옳은 것인지를 따져 묻게 되었다. "지금 내가 편한 게 옳은 걸까?"
플라스틱을 쓰지 않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내가 사는 세상을 따져 묻게 되었다. '맛있다', '즐겁다', '편하다', '이쁘다'라는 단어를 곱씹어 보게 됐다. 내가 맛있는 걸 먹으면 누군가는 맛없는 걸 먹을 테고, 내가 편하고 즐거운 동안에 누군가는 불편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고기가 그랬다.
유튜브에서는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타자화'해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영상들이 즐비하다. 닭의 털을 뽑는 영상, 소를 죽이는 영상, 돼지를 산 채로 매장하는 영상 등등. 우리는 그것을 찾아보지 않지만, 고기를 굽거나 튀기는 영상은 찾아본다. 내가 그랬다.
어느 날부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있던 음식이 생명으로 보이기 시작한 게 문제였다. 부끄럽게도 나는 '다들 먹잖아, 동물성 단백질도 신체에 필요한 영양소 아냐?'라고 생각하며 문제를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께름칙한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그것이 최근에서야 터진 것이다.
고기가 맛있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이제 육식은 내게 부담스러운 것이 됐다. 한국에서 육식 없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장 집 앞 식당가의 96%가 고깃집이다. 게다가 요새는 특수부위가 유행인지 전부 특수부위 집이다. 허허..
비건이 되고 싶은 마음과 비건을 하게 됨으로써 얻을 불편함 사이에서 나는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믿고 있다. 언젠가는 당당하게 채밍아웃을 하게 될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