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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omin Oct 04. 2021

이기적인 걸까

풍족하지 못한 집안에 욕심 많은 장녀

굉장히 상대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집은 빈과 부 그 어느 사이의 가정이었다

아마 빈에 가까운 그 어디쯤일 것이다


언제 한번 피아노 학원에서 플루트 강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플루트가 너무 배우고 싶었다

한달음에 엄마에게 달려가 플루트를 배우고 싶다고 했고

별말 없이 플루트를 배울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부엌에서 엄마의 한숨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고민하였다

우리 집은 가난한가? 가난하지 않은가?

엄마의 한숨은 분명 돈 때문인 것 같은데

아무리 어려도 문제의 원인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비용이 드는 무언가를 엄마에게 요구할 때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하였다

'엄마의 부담감이 커지겠지'

'그렇지만 너무 하고 싶어, 이번에도 들어주실 것 같아'

부모님의 고민을 알면서도 내 요구를 승낙해주시는 것을 알기에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을 우선시하였다, 나름 내가 절제한 선에서

그렇게 사춘기 시절은 나의 욕심을 풍족하게 채운 시기이기도 하다

집에서는 이기적인 존재였고,

밖에서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성실한 범생이로 포장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친가 댁에 가서 제사를 지냈는데

(다행히 성인이 되고 지내지 않는다)

중학생 때까지 조상신들에게

'우리 집이 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

라고 빌었다


무신론자지만

제사만큼은 열심히 지냈고

이번에 에도 그냥 지나갈 것을 알면서

아니야, 이번 소원만큼은 이루어질지 몰라하는

찰나의 순진한 상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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