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되게 하는 부스터, 다양성과 포용성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의문이 하나 있다.
'이렇게 공유의 수단이 발달했는데 왜 인류는 그걸 증오를 공유하는 데 쓸까?'
데이터 과학자이자, 페이스북의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2021년 10월, 월스트리트 저널과 미 상원에 페이스북 내부자료를 공개하며 '페이스북은 수익을 위해 유명인의 인종 혐오 발언이나 가짜뉴스 게시물을 지우지 않았고, 자회사 인스타그램도 특정 게시물이 청소년 자살률을 높이는 등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삭제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증오가 돈이 되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이를 방조해왔다는 것이다. 이 내부고발 이후로 페이스북은 주가 폭락을 겪었고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며 5년 뒤에는 회사의 정체성을 메타버스 기업화할 것을 발표하는 등 쇄신을 선언했다. 그러나 반응은 차가웠고 주가는 여전히 예전의 2/3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혐오하고, 노키즈존에 이어 노중년존이 등장하고. 상대적으로 인종과 종교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소외와 차별, 혐오는 심각한 상황이다. 왜 인류는 문명인씩이나 되어서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를 가지고 서로 싫어하는 데 온 에너지를 쏟고 있을까? 어쩌면 이 지구 상에 개체가 너무 늘어나 인구 청소를 위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코로나19처럼? 말하자면 뇌 속의 코로나 바이러스? 서로 죽고 죽이는 정서적 배틀로얄 게임?
포용성이 번영을 가져온다
예전에 지식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가 3T 이론을 소개한 적이 있다. ‘어떤 지역의 번창 혹은 몰락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이론으로 「도시와 창조계급」,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등의 명저를 쓴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창안한 것이다. 3T는 Technology(기술), Talent(재능), Tolerance(포용성)를 의미한다. 미국 주요 도시들에 대해 연구하던 중 리처드 교수는 재미있는 점을 발견한다. 첨단기술이 발전한 도시의 순위와 게이 지수(Gay Index)가 높은 도시의 순위가 거의 일치한 것이다. 각각의 10대 도시 중 6개가 같았다.
리처드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장 마지막까지 차별받는 집단인 게이, 동성애자들이 별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정도라면 모든 유형의 괴짜들이 살 수 있을 만큼 포용성이 있는 문화이며, 이것이 재능 있는 사람을 불러 모으고 그 결과 도시에서는 기술혁신이 일어난다는 것. 실제로 미국 내 성 소수자의 상징과 같은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첨단산업이 가장 발달한 도시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면 더욱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
ESG 중 G, 거버넌스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다양한 환경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더욱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매킨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원진의 젠더 다양성이 높은 상위 기업들이 그렇지 못한 기업과 비교해 더 높은 성과를 낼 확률이 21%나 높다고 한다. 문화적 다양성의 효과는 더욱 크다. 인종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높은 기업의 상위 25%에 속하는 기업은 동종업계의 기업들보다 성과가 높을 확률이 33% 더 높다. 작년부터 ESG 바람이 불자 기업이 여성 임원, 사외 이사회 여성 이사를 앞다퉈 모셔간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구찌에서 흑인의 얼굴을 형상화한 디자인의 스웨터를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다. 프라다도 흑인 폄하 논란을 자아낸 키링을 판매 철수한 적이 있고,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인 여성이 피자와 파스타를 우스꽝스럽게 먹는 모습을 광고로 표현했다가 중국 상하이 패션쇼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기업에 위험을 초래할 정도로 큰 해프닝을 볼 때마다 만약 명품 브랜드 디자인 공정의 다양한 직급에서 다양한 인종이 일하고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중간에 걸러졌을 것이다. 글로벌 마케팅, 광고회사 임원진에는 인도, 이슬람계, LGBT 등 다양한 구성원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에서 좋지 않은 의미의 제스처나 단어는 중간에서 걸러진다. 대개 유럽을 근거지로 한 명품 브랜드는 주로 백인 인종, 게다가 가족회사에 뿌리를 둔 DNA의 특수성 상 이러한 온도 차, 속도 차가 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건의 바탕에는 흑인, 동양인을 타자로 보는 시선 또한 깔려있다.
나 자신의 거버넌스를 건강하게 만드는 법
거버넌스의 포용성과 다양성은 개인의 리스크 관리와 성장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대학원의 윗 연배 남성의 발언 속에서 성차별적인 편견을 발견하고, 마음속으로 스트라이크 아웃을 한번 체크했다. 또 누군가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무시한 행동을 접하고 그 역시 실망감을 느낄 때도 있다. 만약 그의 주변에 그런 말을 바로잡아줄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행동이 무례하거나 범법임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다양한 친구를 만들고 다양한 채널에서 뉴스를 수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동산이 너무 큰 화두가 되어버린 요즘 서울 강남이나 부산의 부촌에 위치한 부동산에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젊은 남녀가 전화해 모두의 로망 아파트의 무조건 가장 큰 평수를 보여달라고 하는데, 막상 보여주면 사진과 영상만 실컷 찍고 진짜 거래 의사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한 인스타그램, 유튜브 업로드용이기 때문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장인 인스타그램에 매몰되어 화려한 외면에만 치중하는 안타까운 젊은 세대. 유튜브 알고리즘에 갇혀 자신과 비슷한 정치성향의 사람들과 반대편을 욕하며 갈수록 생각이 굳어가는 어른 세대. 서로 소통하기 위해 만든 수단이 서로를 더욱 갈라놓고 있는 이 아이러니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It Could Be."
언젠가 외국 대학 교수님이 발표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토론할 때 말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었다. 세상엔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고 그 생각만큼 다양한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하려고 한다. 누군가가 계속 거슬릴 때는 지금 내가 더 넓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받아들이며 생각과 감정을 분리하려고 애쓴다. 또 다른 내가 가득 모여있는 SNS보다는 다양한 연령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친구가 되려고 한다. 유튜브에서는 일부러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의 뉴스 채널을 구독한다.
마흔무렵부터는 돈이나 지위를 얻기보다는 나 자신이 관대하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어른이 좋아 보였고 함께하는 대화가 즐거웠기 때문에. 포용성이 재능 있는 인재를 모이게 하고 혁신을 가져온 샌프란시스코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경제학 이론조차 그것이 더 큰 성공을 가져온다고 하지 않는가.
관대하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면 좋은 영향을 받으며 더욱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그런 사람으로 주변에 인식되면 폭넓은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기회가 그 안에서 생기며 사람은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열자, 더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