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로 설계하는 채용
채용이 잘 작동하지 않는 조직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고를 더 잘 쓰지 못해서도 아니고, 면접 질문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채용이 처음부터 '요청의 형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업에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채용담당자는 그 요청을 받아 실행합니다. 이 구조에서 채용은 협업이 아니라 업무 처리 프로세스가 됩니다. 하지만 사람 한 명을 뽑는 결정은, 그 팀의 일하는 방식과 책임 구조를 함께 바꾸는 선택입니다. 그래서 채용은 요청이 아니라 협업이어야 합니다.
먼저, Hiring Manager를 정의해야 합니다. 구글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채용이 진행되는 팀의 팀장이나 직속 상사로, 구인 부서 내 결원을 채우기 위해 최종 선발 권한을 갖는 사람
하지만 제가 정의하는 Hiring Manager는 이렇습니다.
채용 포지션이 속하게 될 팀의 목표와 과제를 가장 잘 알고 있고,
해당 인재의 성과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
즉, 채용의 결과에 대해 함께 책임지는 주체가 Hiring Manager입니다. 이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채용은 쉽게 요청과 실행의 관계로 밀려납니다. 여기서 말하는 협업은 사람 사이의 호흡이나 친분을 뜻하지 않습니다.
협업은 채용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고,
그 결과에 대해 같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구조 안에서 역할은 명확해집니다.
채용담당자: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람
Hiring Manager: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
조직심리학자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는 조직 실패의 원인으로 단기적인 문제 해결은 빠르지만,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 구조를 지적했습니다. 협업이 빠진 채용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람을 바꾸거나, 더 잘하는 사람을 데려와도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협업이 작동하는 채용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채용이 시작되기 전에, 왜 이 채용이 필요한지 같이 정리합니다.
진행 중에는, 기준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싱크를 맞춥니다.
예상보다 느려지거나 막히면, 이유를 함께 점검합니다.
반대로 협업이 없는 채용에서는 이런 말만 오갑니다. "언제 뽑혀요?", "아직도 안 됐어요?"
채용이 요청으로만 취급될수록, 책임은 한쪽으로 쏠리고 판단은 남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협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할까요.
저는 채용을 3단계 프레임워크로 설계합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채용 전-중-후를 관통하며, Hiring Manager와의 협업을 구조화합니다.
1단계: 킥오프 (채용 전)
채용을 시작하기 전, Hiring Manager와 함께 핵심 질문을 정리합니다.
어떤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합니다.
하이어링 바를 논의하고 검증 기준을 합의합니다.
페르소나를 함께 설정하고, 포지션의 핵심 매력을 도출합니다.
채용 타임라인과 입사 목표일을 함께 정합니다.
킥오프의 핵심은 "우리는 지금 누구를 채용해야 하는가"를 함께 정의하는 것입니다.
2단계: 중간 싱크 (채용 중)
채용이 진행되는 동안, 주기적으로 상태를 점검합니다. 주로 아래와 같은 상황일 때 진행합니다.
채용이 더디게 진행될 때
페르소나 변화가 필요할 때
전략 수정이 필요할 때
실제로 채용은 맨 처음에 정한 페르소나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에 인재가 없거나, 우리가 정의한 조건이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간 싱크는 시장의 반응을 Hiring Manager와 공유하고, 함께 전략을 조정하는 시간입니다.
3단계: 회고 (채용 후)
채용이 끝난 후, 지난 과정을 함께 돌아봅니다. 주로 채용 과정과 결과에 대한 내용들을 회고하면 좋습니다.
채용 소요 기간과 리드타임
지원자 퀄리티 분포
프로세스에서 발견한 개선점
이 채용이 조직에서 타당했는가?
회고는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고, 레슨런을 남기는 시간입니다. 이 기록은 다음 채용의 기준이 됩니다.
이 3단계는 단순한 절차가 아닙니다. 각 단계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킥오프: 페르소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중간 싱크: 시장 반응을 보며 어떻게 전략을 조정하는가?
회고: 채용 타당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레슨런을 어떻게 남기는가?
(상세한 내용은 다음 글부터 천천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로, 이상적인 Hiring Manager는 무엇일까요? 저는 HR을 파트너로 인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용의 1차 책임은 반드시 현업 리더에게 있습니다. 본인 팀을 성장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협업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질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채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함께 정의해야 합니다. 채용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채용담당자와 Hiring Manager가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고,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같은 결과에 책임질 때, 비로소 채용은 조직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킥오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요약
1. 채용은 Hiring Manager와 공동으로 책임지는 하나의 프로젝트다.
2. 킥오프(채용 전), 중간 싱크(채용 중), 회고(채용 후)라는 3단계 협업 프레임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준을 맞추고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3. 채용담당자와 Hiring Manager가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고, 같은 결과에 책임질 때 채용은 조직을 바꾸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