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를 더 맛있게 먹는 법
프랑스에는 국가가 공인한 '장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인이라면 도자기나 악기 등이 생각나는데, 나라가 나라인만큼 프랑스에는 '와인' 장인과 '치즈' 장인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와인이나 치즈를 만들지는 않는다. 대신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와인 또는 치즈에 대해 깊고 넓게 알고 있으며 검증받은 미각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상품을 판매한다. 이 역할이 와인에 있어서는 소믈리에고, 치즈에 있어서는 '치즈 장수'라는 뜻의 치즈 몽거(Cheesemonger)다.
이번에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며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두 명의 장인, 파브리스 소미에(와인 장인)씨와 프랑수아 로뱅(치즈 장인)씨를 만났다.
보통 소믈리에 대회가 열리면 대회 전 며칠간은 심사위원들이 와인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한국에 처음 온 두 프랑스 장인은 함께 프랑스의 치즈&와인 페어링 세미나를 열었다. 참석자 대다수가 소믈리에를 포함한 와인 업계 종사자여서 세미나는 이들에게 더 생소하게 느껴질 치즈에 초점을 맞췄다. 나 역시 와인보다 치즈 부분에서 새로 알게된 내용이 많았는데, 이중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한다.
하나, 치즈는 와인을 닮았다.
프랑수아 로뱅 치즈몽거에 따르면, 치즈와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둘 모두 프랑스인의 일상 식탁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고, 숙성을 거치며 근사하게 변할 수 있으며, 조리하지 않고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치즈와 와인은 수 천년 전부터 프랑스의 식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기 대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치즈를 먹었으며, 크리스트교와 주변국의 많은 수요 덕에 와인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술로 자리잡았다.
둘, 치즈의 껍질을 맛보라.
하얀 곰팡이가 생긴 흰곰팡이치즈나 꼬릿한 냄새가 나는 외피세척치즈의 껍질은 보통 먹지 않고 떼어 놓는다. 그러나 로뱅씨는 이런 부분도 치즈의 일부이므로 한 번 먹어보라고 말한다. 단, 고다 치즈나 파르미지아노 치즈처럼 왁스로 코팅된 껍질은 당연히 먹어서는 안된다. 사실 껍질은 맛없는 부분이어서 치즈를 먹을 때마다 껍질까지 다 먹으라고 하고 싶진 않다. 다만 그 치즈를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한두번 쯤은 시도해볼 만하다.
셋, 치즈를 입에 넣은 후 입으로 숨을 들이쉬어 보라.
와인을 마실때 종종 쓰는 방법인데, 치즈를 머금은 채 입으로 숨을 약간 들이쉬면 풍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입으로 들어온 공기들이 더 많은 향기를 비강으로 보내주기 때문이다.
넷, 치즈&와인 페어링 팁: 강-강도 좋지만, 강-약 페어링도 좋다.
보통은 비슷한 특징이 있는 와인과 음식이 페어링된다. 예를 들어 톡쏘는 향이 아주 센 블루 치즈는 스위트 와인과 매칭되는 때가 많다. 그러나 파브리스 소미에씨는 풍미가 강한 와인과 약한 치즈, 또는 약한 와인과 강한 치즈를 매칭해보라고 추천한다. 약한 치즈가 강한 와인의 맛을 더 살려주고, 반대로 강한 치즈는 약한 와인의 뒷받침으로 더 뛰어난 풍미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치즈와 레드와인의 조합도 좋다.
치즈와 뛰어난 조합을 보이는 와인은 화이트 와인일 때가 많다. 로뱅씨가 꼽는 생애 최고의 치즈와인 매칭도 염소 치즈와 부브레 슈냉 블랑 와인이었다. 그러나 레드 와인도 치즈와 잘 어울린다. 예를 들어 루아르의 카베르네 프랑 와인은 카망베르 치즈를 곁들일 때 과실향이 살아난다.
▶이날의 치즈-와인 페어링
(술아씨 추천 페어링은 *표시)
1. 브리야 사바랭(Brillat-Savarin)&
샤토 라 네르트 샤토뇌프-뒤-파프 블랑(Château La Nerthe, Châteauneuf-du-Pape Blanc) 2017*
2. 콩테(Comté)&
도멘 필립 반델 레트왈 비에이 비뉴(Domaine Philippe Vandelle, L’Étoile, Vieilles Vignes) 2014*
3. 카망베르(Camembert)&
도멘 드 라 뷔트 르 오 드 뷔트 부르게이(Domaine de La Butte, Le haut de la butte, Bourgueil) 2016
4. 리바로(Livarot)&
조셉 페블레 부르고뉴 알리고테(Domaine Faiveley, Bourgogne Aligoté) 2015
5. 블루 도베르뉴(Bleu d’Auvergne)&
샤토 리외세크 소테른(Château Rieussec, Sauternes) 2008*
5가지 치즈-와인 페어링에서 첫 번째의 브리야 사바랭 치즈와 론의 클라렛,루산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꼭 맛보길 추천한다. 꼬릿한 치즈와 신선한 와인이 만날 때 생기는 화사한 꽃다발, 아삭아삭한 사과향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안팔길래 직접 만들었어요. 쉼미의 첫 번째 프로젝트, 와인 푸어러 -▶
간단한 시음 후기를 업로드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