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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있을 때 안 좋았던 점

by 수리향

이건 정말 안 쓰려했는데 지금 쯤 중국에 입국하실 분들은 모두 하셨겠다, 앞으로 중국에 가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적어 본다. 중국에 있으면서 좋고 즐거운 경험이 많았고 고마운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외국인으로 살기는 쉽지 않으며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의 위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익숙했던 것들에 접근하지 못하는 점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몇 가지만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1. 구글이 되지 않는다.

구글, 다음, 유튜브 등 평소에 자주 접속하던 사이트들이 먹통이 되어 버린다. VPN을 켜면 볼 수 있는데 라이브러리나 프로그램 다운로드하면 중간에 무조건 접속이 끊긴다. 이 부분 때문에 1년 동안 컴퓨터는 손을 놓았다. 1년 경력 단절되고 돌아와 보니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되어 있어서 뒷목을 여러 번 잡았다. 참고로 카카오톡도 거의 되지 않는데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필요 없는 인맥들과 알아서 차단되니 한 번씩 주변인 리프레시에 도움이 된다. 특히 불편한 가족이나 친지들에서 해방될 수 있는데, 해외로 나오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그걸 노리는 듯. (이건 장점일지도?)


2. 비자 문제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려면 비자를 뚫어야 한다. 얼마 전에도 비자 문제로 한중 간에 얼굴을 붉혔는데 그 안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한인 사회이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일하러 가려면 일단 중국 측에서 초청장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 초청장을 들고 한국 내의 중국영사관에 가면 단기 비자를 발급해 준다. 딱 한 달짜리인데 그걸 들고 들어가서 빨리 거류증 신청을 해야 한다. 이 거류증은 1년짜리 밖에 없는데 1년마다 한 번씩은 갱신을 해주어야 한다. 거류증이 발급되면 그때부터 휴대폰도 개설할 수 있고 통장도 개설하고 집도 구할 수 있다. 때문에 거류증 발급 전까지 누군가 우리를 보살펴 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대부분 일하는 기관에서 그 역할을 해주게 된다. 근데 그 기관이 중국 사회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지금처럼 한국과 중국이 사이가 안 좋으면 거류증을 잘 발급해주지 않는다. 실제로 코로나 기간 동안 동반 비자 발급이 되지 않아서 한국에서의 가족과 생이별한 경우가 많다. 부인이 잠깐 한국 들어갔는데 그 뒤로 비자 발급이 안 되어서 몇 년 떨어져 지냈다는 이산가족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비자 문제 때문에 근처 대학원을 다닌다던가 카페를 차린다던가 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비자 발급이 어려우니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안 좋은 뉴스만 떠도 한인 사회는 술렁 거린다. 1년짜리 파리 목숨이라는 게 실감 난다.


3. 중국 사회와의 소통

중국인들은 개인적으로는 무척 친절하다. 하지만 기관들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게다가 중국 사회에서는 중국인 >>>>>> (넘사벽) >>>>>> 외국인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터지면 우리에게 공지가 제대로 오기 쉽지 않다. 외국인으로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얄짤 없이 강제 출국 당하지만 그 무슨 일에 대한 경고는 중국에서 챙겨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커뮤니티 위챗을 통해 그 공지 사항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곳에 적이 없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다. 한국처럼 일주일에서 한 달의 홍보 기간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내일 바로 시행’이다. 가끔 그 ‘명령’의 신속한 시행에 놀라곤 한다. 결국 중국인 배우자를 둔 한인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듣는 게 최선이다. 본인은 단체 채팅방을 좋아하지 않는데 중국에서는 단체 채팅방에 귀를 박고 있어야 한다. 그 많은 글들 사이에 중요한 공지를 놓치면 손해는 나뿐 아니라 나를 고용한 기관에게까지 온다.


4. 좁은 한인 사회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 베이징이나 상해, 무석, 광저우 같은 큰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좁은 한인 사회를 가지고 있다. 200~300명 남짓의 한인들이 서로 부딪겨 가족같이 사는데 종종 가족(?)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대부분 학부모 들이라, 학교는 지역사회의 눈치를 매우 볼 수밖에 없다. 관리자의 갑질도 문제이지만 지역사회 학부모의 갑질은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학부모이자 교사(강사)인 케이스인데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계시는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 결국 교육과정부터 평가, 학생지도까지 훈수를 두다가 교육이 산으로 간다. 특히 입시를 앞둔 학부모 교사들은 교무실까지 찾아와 일정 코치를 하는데 본인이 이사장이라도 된 것 같다.(정작 이사장님은 쥐 죽은 듯 복사실에서 커피만 홀짝이다 가시고…) 자기 자식 수학 못 하니 과외하라는 교사도 있었다. 부장의 권위로 학부모의 요구를 하다니 다소 기가 막혔다. 적어도 급여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직장과 부모의 역할은 서로 분리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문제는 지역사회가 이렇게 강하고 학부모의 수업료로 학교가 직접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교장도 학부모의 요구에 순종하고 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그냥 무리하면 모르는데 교사의 양심과 본분을 해치는 요구는 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러 한인 사회의 모임이나 교회에 일절 출입하지도 않았는데 한인 사회와 친하게 지내면서도 직장 생활을 잘 유지하시는 분도 보았다. 이 부분은 개인의 역량이니만큼 알아서 잘 대처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5. 환전 문제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중국의 위안화 환전이 생각보다 어렵다. 여행 갈 때는 은행에서 쉽게 환전할 수 있지만 그건 소액인 경우이고 월급 정도의 고액을 환전은 무척 어렵다. 일단 중국의 은행에서 달러 인출이나 해외 송금을 원하는 경우 수수료는 기본이고 터무니없이 많은 서류를 요구한다. 본인이 속한 기관뿐 아니라 공공 기관 서류까지 포함되어 있어 준비하는데 일주일은 걸릴 것 같다. 그 목록의 양에 질려서 그냥 현금으로 뽑으려 하면 하루에 5만 위안 미만만 뽑을 수 있다. 5만 위안 이상 뽑으려면 미리 예약을 하고 거류증과 여권을 챙겨 가면 된다. 한참 신원조회 후 주는데 문제는 생각보다 위안화 부피가 커서 들고 다니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사설 환전소를 찾게 되며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돈으로 환전을 하게 된다. 환전은 되도록 믿을 만한 현지인을 소개를 받은 환전상을 직접 기관으로 오게 해서 환전을 진행하는 게 좋다. 이 경우 10만 위안 이상 아니면 환전이 되지 않으며 환전할 때는 위챗 페이가 아닌 위안화 현금을 주고 한국 계좌로 돈을 받는 방식으로 환전이 진행된다. 아무튼 급여를 중국 계좌로 받은 관계로 마지막까지 환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물론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는 후문이… 부디 환전은 그때그때 하자.


6. 혐오

국가 정치 이념이 다르기도 하고 한국이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혐오는 무척 심하다. 물론 중국인들도 한국인을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혐오까지는 하지 않는다.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면 일종의 꽌시의 대상이 되어 많은 친절을 받을 수 있다. 동네의 공지나 정보라든가 반찬도 나누어주고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꽌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잘 아는 사람'에 한하며 관계없는 사람들(예를 들어 손님 등)에 대해서는 대단히 무뚝뚝하다. 기관이나 식당에서 직원을 부르면서 대답을 바라면 안 된다. 주인이 왕이고, 그다음이 종업원이며 손님은 객일 뿐이다. 괜히 왕 대접 바라며 유세 부리다가 쫓겨나지 말자. 아무튼 중국인들에게 한국인은 고만고만한 국가의 외국인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무척 심해서 한국에 오는 순간부터 혐오 섞인 시선과 말을 듣게 되었다. 중국에 다녀왔다면 색안경부터 쓰고 보며 사상 검증을 하려 드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중국에서도 받지 않은 사상 검증을 여기서 하려 하다니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아무튼 할 수 있다면 주변에 본인이 중국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괜한 불이익을 받고 싶지 않으면…




기타 한국에 대한 소식을 쉽게 받을 수 없는 점도 있고 유튜브가 잘 되지 않다 보니 뉴스를 듣기 어려워서 네이버 뉴스 기사에 의존하거나 아침에 VOD로 방송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한국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의 경우 한국의 기관에 문의하거나 하는 할 때 생각보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으며 때문에 정보 전달을 제대로 받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소통했다면 그렇지 않았을 테니 나의 잘못으로 보인다.


아무튼 내가 중국에 다녀오면서 느낀 단점은 이렇게 6가지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 두해 정도는 경험할 수 있다면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그 보다 오래 생활할 동기를 얻기는 쉽지 않지만 긴 교직 생활에서 해외 생활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는 것 같다. 외로운 해외 생활 덕분에 직장 동료들과 더 끈끈해져서 같이 여행도 가고 모여서 술자리도 가지고, 한국에서는 직장 동료와는 거리를 두는데 여기서는 그럴 수 없어서 더 많은 추억을 남긴 것 같다. 물론 마침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것도 있고 나도 중국 생활이 잘 맞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몇 년 더 가라면 아닌 것 같고, 기회가 있다면 다른 나라도 도전해보고 싶다.


중국에서의 하루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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