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중국을 떠날 때가 되어 여기서 사는 장점을 몇 가지 적어 본다. 한국에서는 중국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중국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란 게 없다. 그러니까 딱히 좋다 싫다를 말하기 어렵다.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면 호의를 가지는 편이고 그렇지 않다면 ‘한국인이냐‘ 정도의 반응 후 관심 끈다. 중국은 대만, 홍콩, 티베트 등 자국 내에서도 갈등의 소지를 항상 안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어려운 게 맞을 것 같다. 이러한 중국의 분위기를 참고 삼아 중국에 살면서 좋았던 점은 다음과 같다.
1.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내가 작은 도시에서 살아서 일단 집세가 한국의 절반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방이 2-3개인 큰 평수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물론 베이징이나 상해 같은 일선 도시에서의 집세는 여기보다 10배 정도로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그런 곳을 굳이 고집하지 않는다면 물가는 정말 좋은 메리트다. 특히 과일이나 식료품 가격이 저렴하며 재해나 코로나에도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경우는 없었다. 국가에서 물가 안정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지 내수가 좋아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 특히 시장 가격이 무척 저렴한데, 중국에 안 쓰는 농토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재배를 하고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 편이다.
2. 배달이 잘 된다.
나는 한국이 배달의 민족인 줄 알았는데 타오바오와 메이투안을 알고 그 생각을 버렸다. 일단 타오바오로 시키면 대부분 광저우 공장에서 물건이 출발하는데 대륙을 횡단하여 늦어도 보름 안에 온다. 중국 최남단에서 최북단을 오는데 이 정도면 정말 배송이 빠른 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택배를 받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그것이 스마트폰과 연동이 잘 되어 편리하다. 음식이나 약, 각종 서비스도 메이투안을 통해 쉽게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배송비가 무척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 앞의 가게도 잘 내려가지 않는다.
3. 여행할 곳이 많다.
중국은 넓고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한다.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소위 ‘인싸 문화’가 강해 자신의 문화나 특성이 대중과 다르면 숨기며 사는 것이 이익이지만 중국에서는 민족들 마다 자신의 문화를 쉽게 내보이며 산다. 따라서 여행할 곳도 무척 많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에 좋다. 재미있는 건 교통이나 통신은 중국식이다. 뭔가 중국식으로 값을 지불하며 한족이 아닌 문화를 체험한다는 것은 국가 is 민족=문화라고 생각했던 한국사람으로서 가끔 신기하기도 하다. 여름 방학 때 일주를 했는데 가도 가도 새로운 문화에 가도 가도 아직 가지 않은 곳이 있어서 놀라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곳은 버킷리스트에 담고 다음을 기약하련다.
4. 입시에 유리하다.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 혹할 일인데 재외국민특별전형 3년과 12년을 얻는다는 것은 대학으로 가는 프리패스권을 끊는 것과 같다. 12년 특례는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 다 했다. 3년 특례는 부모가 중국에서 직업을 가지고 부모 모두 중국에 머물러야 하지만, 12년 특례의 경우 그런 제한은 없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에 모두 적을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일단 12년 특례를 받으면 (서)연고이서성한 까지는 무난히 들어간다. 요즘 코로나로 입학시험이나 자소서도 사라져서 사실상 생기부만으로 들어가는데 한국 학교 학생들의 실력을 감안하면 정말 거저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는다. 3년 특례의 경우 중등과정(중학교+교등학교) 중 3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이것을 노리고 중국에 오는 교사 부모들도 많다. 이 경우 교사인 부모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솔직히 말해 이래도 되나 싶은 사건이 많은데 교육부에서는 딱히 관심은 없어 보인다. (이미 썩고 있으니 관심 좀 가져달라.)
그 외로 중국인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다’ 같은 이야기를 적으면 돌 던질 것 같지만, 사실 이곳에서도 한국 사람들끼리 서로 상처 주고 사기 치지 중국인들이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 문화와 민족에 대한 포용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인데, 이건 내가 느끼는 바가 아니라 현지의 미국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한국에서는 자신을 ‘외국인’으로 특이하게 취급하지만 중국에서는 그러지 않아서 ’눈길‘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물론 외지인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지만 어려움을 당하면 도와주고 정도 많다. 내 경우만 해도 여행 다니면서 빚진 버스비가 꽤 많다. 다음 중국에 왔을 때도 같은 모습이면 좋을 것 같다. 한국으로 가는 택배를 붙여야 해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