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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향 Jun 01. 2024

별 볼일 많은 날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요즘 별 보기 게시물이 뜸한데, 이유는 관측을 갈 때마다 구름이 끼기 때문이다. 분명 날은 청명한데 이상하게 관측만 잡히면 날이 흐려진다.

이렇게 날이 좋건만

가끔 ‘어제 별 봤어요?’하는 질문을 받는데 천체 관측은 해가 지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다.(달과 행성을 관측한다면 모를까) 바로 달 때문인데, 낮에는 태양이 밝아 별들이 보이지 않듯이 달도 밝아서 다른 천체들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특히 보름에는 밤새 크고 밝은 달이 뜨기 때문에 관측인들 사이에는 휴지기나 다름없다. 보름 근방인 한 달에 2주 정도는 달이 밝고 월출과 월몰 사이의 시간이 길기 때문에 되도록 삭 근방에 관측 일정을 잡는다.


달이 뜨고 지는 시각은 정해져 있는데 별을 보는 사람이라면 달이 언제 뜨고 지는지 항상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매년 월출과 월몰, 달의 위상 변화, 천문 이벤트를 담은 천문력을 발행하고 있다.


https://www.kasi.re.kr/kor/publication/post/publication?clsf_cd=pub07

천문력에 실린 전년도 천체사진 수상작
2024년도 천문력

위의 천문력에 보면 달의 위상 변화가 나와 있는데 여기서 정말 삭은 어렵고 삭 근방(그믐달, 초승달)인 날 중 잡힌다. 예를 들어, 5월에는 11일에 2급 연수, 31일에 지부 관측회가 잡혀 있었다. 삭 근방일 때는 달이 금방 뜨고 지기 때문인데 그게 한 달에 2주 정도밖에 기회가 없다. 게다가 평일에는 돈 벌어야 하고 연휴 때는 가족들에게 노력봉사해야 하니 주말을 끼고 연휴 제외하고 관측 날짜가 잡히는데 그날 하필 비가 오면…(폭망) 사람들에 따라서는 그냥 날 좋고 달이 작으면 번개 관측을 하기도 하는데 본인은 그게 힘들어서(나도 힘세고 덩치 크면 혼자 다니고 싶다) 지부 관측회와 2급 연수 있을 때 열심히 따라 나가고 있다. 이건 정기 관측회라 1년 치 일정이 다 나와 있는데 하필 그날만 되면, 심지어 저녁만 되면 구름이 낀다. 아니 구름 끼면 그냥 구멍치기(구름 사이로 살짝 별이 보이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기) 하면 되는데 비가 오면 망원경 펼칠 여지도 없다. 저번 2급 연수 때도 비가 와서 천문대 안에서 주야장천 교육만 받았다. 물론 연수가 알차서 강사님들이 소개한 관측 도구들에 혹하는 바람에 직구만 엄청 했던 것 같다.


관측 망하고 칠층석탑이나 구경


외국에 보면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집 마당에서 그냥 관측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광해가 워낙 심해서 도심에서는 북극성 찾기도 쉽지 않다. 망원경으로 천체 관측을 하게 되면 대부분 메시에(Messier)나 NGC를 관측하는데 이런 천체들을 보려면 일단 광해 적은 한적한 시골로 나가야 한다. 천문대 주차장도 명당인데 망원경은 없는데 별을 구경하고 싶으신 분들은 천문력에서 삭 근방인 주말 밤에 천문대 주차장에 가면 여러 아마추어 관측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 가서 별 좀 보여 달라고 하면 대부분 친절하게 보여주신다. 아니면 경기도나 강원도 산지나 공터에서도 보는데 대부분 그런 관측지들은 도심에서 1-2시간 떨어져 있기 때문에 퇴근 후 별을 보러 나간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마음먹고 관측지 오니 하늘이 안 좋으면…)


이런 이유로 아마추어 천문인 중에는 시골의 개인 별장이나 집에 아름다운 천문대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부지 사서 집 짓고 천정에 돔 올리고 거기에 망원경 두고…


거의 꿈같은 일인데 돈도 돈이지만 천문대와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실력과 지식(천체, 망원경, 전기, 컴퓨터, 목공 등)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내가 사용하는 돕소니안은 망원경 중에서도 무척 간단한 편인데도 아직도 관측만 가면 돌발 상황 발생하고 고수님들에게 틀린 부분을 한가득 지적받는다.(하산 후 복습은 필수) 언제쯤 멋지게 별을 볼 수 있을까 싶은데 잘하시는 분들도 매일 공부하고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걸 보면 그냥 계속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하늘아, 별 좀 보게 해줘

근데 공부하려면 일단 별부터 봐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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