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아까부터 노을이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 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 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 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 꽃이 피려 한다
아까부타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 너머 갈매 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김소월, 첫사랑
첫눈이 왔다. 펑펑
철 모르고 핀 장미는 눈 맞은 채 얼어 버리고
눈길에 바퀴는 헛도는데 눈 덮인 세상은 평온하다.
얼어 버린 장미를 그리려다 수국을 보낸다.
그곳에도 눈이 오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