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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단지

by 수리향

소록소록 아침부터 비가 왔다. 기꺼이 어깨가 젖을 만치. 이런 운치 있는 날이 좋다.


비 오는 날은 역시 책이지.


흰 화면의 검은 전자 잉크 말고 날강날강 종이로 된 책이 나는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예고도 없이 일정도 없이 파주 지혜의 숲으로 네비를 찍고 운전대를 달렸다.


도착한 출판단지는 비에 젖어 더 아름다웠다. 적당한 채광 적당한 푸른 잎.


지혜의 숲은 책으로 빼곡하다.

심지어 아무도 없다. 와우


아무튼 책 한 권을 꺼내 채광이 적당한 곳에 앉았다.

적당히 선선하고 적당히 큼큼한 책향이 난다. 밖의 우거진 물풀들 가끔 오고 가는 네모난 차들이 심심하지 않다.


생각지도 못한 완벽한 오전 한때를 선물 받아. 이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습기를 머금은 창과 공기, 그리고 나의 폐부는 보이지 않는 작은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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