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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Feb 26. 2022

toxic

자체검열

내 그림이니까 내가 아는

그림분석


지난 1년 반, 내 그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처음엔 그림 속에 내 일상이 있었다.

어느 밤, 야근으로 늦는 딸을 기다리며 딸의 어린시절을 그리던 것을 시작으로

야식을 즐기는 아들, 자전거를 탄 남편, 홍수가 난 오빠의 과수원, 행복했던 여행과 내 부모와의 추억과 암 선고를 받은 시어머니모습까지ᆢ 그렇게 매일 그림을 그리는건 처음이었지만, 늘 글을 쓰거나 기도를 해왔으니 그때의 내 그림들은 어쩌면 매일매일의 소망이 들어있는 그림일기였다.


그러다 어느 날 부턴가는 꽃을 그렸다.

꽃을 사서꽃거나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것도,

집안과 주변 상황이 좋았던것도 아니고 오히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점점 더 복잡해졌을 때ᆢ

그래서 이미 일상도 추억도 다시 돌아보기싫었을때ᆢ

마음은 꽃밭이 아니지만 내 그림엔 그저 붉고 달고 화려한 색의 꽃만 줄창 피었다.


뭔가 찜찜하고 뭔가 치밀어올라 깨어난 오늘 아침ᆢ

그동안 휴대폰 갤러리에 쌓인 573장의 내 그림을 다시 보았다.

그림을 제대로 그릴줄 모르는 것처럼

그림을 볼 줄은 더더욱 모르지만

며칠 전 마구 칠한 난장판그림

그럴듯하게 말해서 야수파스타일 그림을 보니

오늘의 내 마음이 이미 보인다.


왼편아래 붉은 꽃나무를 보면

뭔가 희망과 열정에  들떠있기도 하고

(아마도 그건 아들의 결혼때문일듯)

오른편아래 초록색 집을 볼때

나름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고 노력하나

붉은 길과 뒷편의 비뚤게 선 집과 나무를 보면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

늘 그러듯, 내 마음은

밝지않은데 밝고 어둡지않은데 어두운 조울을 보이며

결국 석양의 나이를 인정하고있다.


이런데ᆢ 그런데ᆢ 난 대체 왜 그리는 걸까.

어제는 몇십개의 카톡을 받으며

세장의 그림을 그리고ᆢ

이것도 일종의 tox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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