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늘도 지하철을 탑니다

by 김원

스무 살, 서울로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주민등록등본을 떼면 제 이름보다 여백이 이 문서의 주인공처럼 보였습니다. 엄마와 아빠, 동생의 이름은 없고 오로지 저 혼자만 남아있는 모습이 독립적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앞길이 텅 빈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하철에서 한강 다리 위를 지날 때 꼭 고개를 들어 창가를 내다봅니다. 처음 몇 년은 그렇게 하염없이, 매일 똑같아 보이는 강을 매번 새삼스레 바라봤습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을 보면서 이 도시가 얼마나 큰 대도시인지 매번 생각했습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강변을 달리는 수십, 수백 대의 자동차, 주황빛을 내는 고층빌딩과 아파트. 아름다운 풍경에 보탠 건 없지만 쉽게 고양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상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하늘을 올려다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땅에도 별이 박혀 있는 것 같았거든요.


최근 일, 이 년은 한강을 꼭 보기도 하지만 주위에 나 말고 어떤 사람이 한강을 보고 있는지 살피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타이밍에 고개를 들어 잠시 지하철 차창밖 푸른 강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반갑습니다.

당신도 이 도시가 낯설어 계속 바라보고 계신가요?


한강을 다 지나면 거대한 지하철 차체가 양옆이 꽉 막힌 터널 안으로 들어갑니다. 제 눈은 잠시 갈 곳을 잃고 맞은편 사람, 혹은 출입문 근처를 서성이는 사람들로 향합니다. 다 핸드폰에 고개를 박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매일 같은 강을 바라봤던 것처럼, 사람을 바라봅니다.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는 연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겐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눈 맞춰 어디론가 향하는 그 시간이 참으로 소중해 보였습니다. 또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이 부류에 속합니다.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 눈을 게슴츠레 뜨기도 해 봅니다. 책 종이가 거의 다 넘어가 책 표지와 마지막 부분을 손 끝으로 힘주어 잡고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어떤 여운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특별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악보를 그리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공부를 하는 사람도 보았고요. 술에 취해 손잡이를 잡고 휘청거리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다 지하철에 있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건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니 우리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