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어둠이 낮게 내려앉은 방에서 홀로 펜을 듭니다.
어르신이 떠나시고 처음 몇 주간은 그 빈자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서,
내 마음 한복판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텅 빈 종이 위에 글을 채워가다 보니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내가 그분의 마지막 길을 돕기 위해 찾아간 줄 알았는데,
사실은 기댈 곳이 간절했던 내가 어르신을 찾아갔던 거였더라고요.
어르신은 떠나시는 길에 내게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선물을 남겨주셨습니다.
누군가의 앙상한 손을 꼭 잡고 있는 동안, 정작 온기를 얻고 위로받고 있었던 건
나의 손이었다는 그 눈물겨운 사실을요.
97세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곁에서 지켜보며 보낸 시간들.
처음엔 그저 요양보호사로서의 봉사인 줄 알았으나,
그것은 삶의 지혜를 밑바닥부터 다시 배우는 나의 '인생 인턴십'이었습니다.
어르신이 툭툭 던지시던 사투리 섞인 농담과,
고통 속에서도 잃지 않으셨던 품위들이 쌓여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촘촘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의 긴 생애 중 나와 만나 잠시 반짝였던
그 소중한 찰나들을 이제 하나씩 기록해 보려 합니다.
가제: [97세 어르신께 인턴십을 신청했습니다]
잎새님들, 이 마지막 보고서가 무사히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조 선생의 뒤를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 주세요.
그동안 어르신과 조선생의 이야기를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