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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Nov 12. 2015

UX 디자이너는 뭐하는 사람일까

UX 디자이너가 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대학원에서 UX 디자인으로 석사 논문까지 썼고, UX 디자이너로 실무 경력을 쌓는 중이지만, 주변에서 (특히 어른들이) UX 디자이너? 그거 뭐하는거니? 라고 물어보면 뭐하는 건지 딱 잘라 말하기가 좀 어려웠다.


얼마 전에 ‘주옥같은리뷰’의 글을 보고 직접 연락을 해서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한 스타트업의 창업자였는데 이런저런 고민들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UX 디자이너가 없는 회사였고, 그 고충을 듣다 보니 UX 디자이너의 부재 속에서 오히려 UX 디자이너가 뭐하는 사람인지 좀 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이날의 생각을 정리하며 UX 디자이너를 리뷰(?) 하는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건방지게 내가 ‘정답’을 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도 고민 중이고, 그 고민의 중간 과정을 공유하는 거라고 봐주면 좋겠다. UX 디자이너에 대한 해석은 워낙 다양하고 많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니까.





UX 디자이너는 이런 일들을 주로 하더라.



1.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UX 디자이너(User Experience Designer)를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용자(user)’에 대한 부분을 빼놓을 수 없다. UX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게 뭔지, 불편하게 느끼는 게 뭔지,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뭔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민한다.


좋은 UX 디자이너는 사용자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있긴 하다. 아이트래킹, 사용성 평가(UT), 카드 소팅, 서베이, A/B테스트 등 프로젝트 단계에 따라 사용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리서치 방법론을 쓴다. UX 디자이너는 다양한 방법들로 사용자들을 분석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끌어낸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론을 많이 안다고 통찰력이 막 늘진 않는다.)



2. 개발자, 디자이너, 경영자 등 내부 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각자의 니즈/고충을 들으며 해결책을 찾는다.


UX 디자이너가 밖으로는 사용자들의 니즈를 해결한다면, 내부적으로는 개발자, UI 디자이너, 경영자, 마케터 등 프로젝트의 다양한 담당자들의 니즈를 듣고 조율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개발자가 어떤 기능에 대해 이건 개발 못한다며 문제 제기를 한다. 그러면 그걸 들어보고 기획이나 디자인을 다른 방향으로 수정하거나, 아니면 레퍼런스 찾아서라도 개발자를 설득해서 개발하게 만든다.
경영자/임원/의사결정자/현업담당자가 뭔가 요구한다. (대체로 뭘 넣으라고 한다...) 들어보고 고민해서 구현할 수 있게 기획하고 개발자와 UI 디자이너에게 공유한다. 근데 들어보고 안될 경우 설득해서 하지 말자고 한다. (물론 설득의 과정은 언제나 힘들다.)


조직이 크고 역할이  세분화될수록, 그리고 유관 부서와 담당자가 많을수록 커뮤니케이션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선임님은 UX 디자이너를 ‘중개업자’에 비유했다.  그분은 그 정도로... 맡았던 프로젝트에서 유난히 많은 부서와 의사결정권자들의 니즈와 이해관계가 달랐었고 이를 절충해야 했다.



3. 기획/설계한다.


‘기획’이라는 말이 뭔가 한량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이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UX 디자이너는 기획을 한다. 많이 한다.


넓게는 서비스 기획을 한다.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지, 사용자들과 만나는 각 터치포인트에서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 기획한다.


그리고 좁게는 화면을 기획하고 설계한다. 이 부분이 사람들에게 많이 ‘보이는’ 부분이다. 정보구조, 기능 정의, UI시나리오, 인터랙션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등의 일을 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어떤 흐름/순서로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할지, 어떤 구조/위계로 배치할지, 뭘 누르면 어떤 화면이 나올지, 각 화면들과 요소들의 정의, 각 화면이나 요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등을 설계한다. 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어떻게 대응할지 규칙을 잡아준다.


기획을 한 후 그 기획에 대한 검증도 UX 디자이너가 한다. 개발이 되면 기획한 대로 잘 작동하는지 검증한다. 오류는 없는지, 기획했던 흐름대로 가는지, 각 요소들을 눌렀을 때 나와야 할게 나오는지 확인한다.





이런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 따라 UX 디자이너의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이런 일들을 요구하기도 한다.  


* 그래픽 디자인. 화면을 기획한 후 바로 GUI까지  디자인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외에 브랜드 디자인도 하고 배너나 전단지 같은 홍보물까지 잡다한 디자인 작업들을 모두 하는 경우도 있다.  

* 프로젝트 매니저. 일정관리부터 시작하여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매니징을 한다.  

* 서비스 운영/관리.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민원 해결, 컨텐츠 관리, 회원 관리 등 런칭한 서비스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운영 업무 전반을 챙긴다.  

* 영업/마케팅. 우리 서비스는 이런 어마어마한 기능들이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홍보하는 경우 투자 유치하거나 영업 뛸 때 같이 자료 준비하고  프레젠테이션하기도 한다.  

* 기타 잡일. 회계, 조직문화 관리 등 누군가는 해야 하는 기타 잡다한 일들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


물론 다 잘하는 사람이 좋지. 근데 그런 사람은 없고 있다고 해도 과연 당신의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할까?


키 크고 잘생기고 성격 좋고 나만 바라보고 집안 좋고 스펙 좋고 돈도 많이 버는 남자가 좋겠지만 그런 남자가 있지도 않고 있어도 나를 좋아하지 않듯이, 다 잘하는 디자이너는 있지도 않지만 있다고 해도 우리 회사에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 회사의 사정에 따라 더 필요한 덕목이 달라지니 먼저 내 회사를 잘 파악해보자.


공통적으로 필요한 덕목

*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통찰력. 모호하기는 하지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어렴풋하게 파악이 가능하다. 우리 서비스에서 부족한 점은? 이라는 질문만 던져봐도 대답이 천차만별일 거다.  

*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건 면접을 통해 간 보는 정도는 가능하다. 그렇지만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게 레퍼런스 체크하는 게 더 낫다. 가능하다면.  

* 기획 능력. 이건 솔직히 말하면.. 같이 일해보기 전까지 면접 몇 번 봐서는 절대 모른다. 학력, 경력, 심지어 포트폴리오를 봐도 알기 어렵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현실성 없는 기획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이것저것 다 때려 박아서 이도 저도 아닌 서비스를 기획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같이 일하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이것도 레퍼런스 체크하는 게 좋지만 이건 진짜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사람들이나 알 수 있다.


이제 막 회사를 차렸다면
 * 시작 인원이 5명을 넘길 수 없고 대표가 사용자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고 서비스 기획에 대한 부분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UX(기획/설계)와 UI(그래픽)를 같이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뽑는 게 좋다. 처음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 일반적으로 디자이너는 한명만 뽑는데 UX를 할 수 있는 UI 디자이너 혹은 UI를 할 수 있는 UX 디자이너를 뽑는다. 기획할 사람이 따로 있다면 전자를 뽑고, 기획을 잘해야 한다면 후자를 추천한다.

*  디자이너를 두 명 이상 뽑는다면, UI 디자이너는 그래픽을 기똥차게 뽑는 사람으로 채용하고 UX 디자이너는 서비스 기획을 잘 할 줄 알고 각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고 PM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걸 추천한다.


회사를 차린지는 좀 되었고 이제 UX 디자이너를 뽑아볼까 하거나, 조직 규모가 커서 UX 디자이너를 추가로 충원하려고 한다면.

우리 회사에 지금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디자이너가 있긴 한데 일이 너무 많아서 기획 업무까지는 하기에 부담이 크다. 디자이너가 나가 떨어질 거 같다." - 그러면 기획 잘하는 UX 디자이너를 뽑자.  
"서비스가 굴러가고 있긴 한데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뭔가 강력한 한방이 없다. 고만고만한 서비스가 되고 있는 거 같다.” - 그러면 사용자의 니즈에 대한 통찰력이 있고, 서비스를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같이 고민해줄 컨설턴트 같은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자.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다. 둘이 맨날 싸운다. 듣고 있으면 둘 다 맞는 말인 거 같고.. 매번 해결해주기 골치 아프다.” - 그러면 개발에 대해서도 잘 알고 디자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면 된다.
"경영자가 생각하는 방향을 디자이너가 듣고 구현을 만족스럽게 못한다." - 이러 이러한 게 되면 좋겠어, 라는 방향성을 던질 때 그걸 서비스에 최적화해서 설계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기획/설계를 잘하는 사람을 찾자.
"아 그냥 다 됐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화면 잘 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 화면 설계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을 뽑자.





글의 타겟은 UX 디자이너를 뽑을까 말까, 혹은 어떤 UX 디자이너를 뽑을까 고민하는 경영진을 타겟으로 썼지만, UX 디자이너가 읽었다면.. 나는 어떤 강점이 있는 디자이너인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결론적으로.. UX 디자이너는 뭘까를 한 문장으로 굳이 정의를 하자면.. 밖으로는 사용자, 안으로는 내부 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잘 파악하고 절충해서 좋은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 음. 아직 뭔지 딱 명확하지 않은 느낌인걸 보니 수련이 부족한 거 같다.





Tumblr에 작성했던 글을 옮겨 왔습니다.

(기존 작성일: 2015.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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