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같은 UX - 1편
Tumblr에 작성했던 글을 옮겨 왔습니다.
(기존 작성일: 2015. 10. 27.)
그동안 주옥 같은 서비스들만 리뷰했는데 모처럼 ㅈ같은것도 좀 리뷰해볼까 한다. 내가 진짜 싫어하는 UX 유형들을 모아봤다. 오늘은 1편. 그냥.. 얼마 전에 새로 산 제품 몇 개가 화를 돋워..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참 많이도 하는구나, 분개하며 모아봤다.
일단.. 난 원래 제품을 사면 설명서를 안 읽는다. 전자제품은 몇 번 이리저리 써보면 대충 어떻게 쓰는지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번 써보고 이해가 안되면 진짜 어려운 거라고 난이도를 규정한다. 특히! 기능이 몇 개 안되고 단순한 제품일수록 더더욱 딱 보자마자 어떻게 쓰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UX에서는 ‘행위 유발성(affordance)’이라고 부른다. 형태가 그 기능을 짐작할 수 있게 하거나, 특정 행위를 유발해야 사용이 쉽다. 행위 유발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문 밀기/당기기다. 문에 미시오, 당기시오를 적어 놓지 않아도 손잡이 형태를 보고 미는 손잡이인지 당기는 손잡이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황정음 톤으로.. 어, 미시오다!)
자, 여기서 문제.
Q. 다음 이미지는 폴라로이드에서 야심 차게 출시한 액션캠 '큐브'다. 제품을 보고 각 기능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유추해보자. 사용 가능한 기능은 아래와 같다.
* 전원 켜기/끄기
* 사진 촬영
* 동영상 촬영/촬영종료
정답:
* 전원 켜기/끄기: 위에 있는 버튼 3초간 누르기.
* 사진 촬영: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버튼 한번 누르기
* 동영상 촬영/촬영종료: 전원 켜진 상태에서 버튼 두 번 누르기 / 종료는 버튼 한번 누르기
장난하냐. 이걸 어떻게 알아.
매뉴얼 보고 나서 사용법 알았다. 근데 매번 쓸 때마다 매뉴얼 다시 봐야 된다. 안 외워져서. 이런 제품은 다른 사람들한테도 사용법을 설명할 자신이 없다.
피드백도 안 좋다. 저 버튼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불빛에 의존하여 이런저런 피드백을 준다. 초록색이 되면 촬영 가능한 상태고 사진 촬영은 빨간색으로 한번 깜빡이고 삑 소리 한번. 동영상 촬영은 삑삑 두 번 소리 나면서 빨간색 불이 반짝 반짝. 지금 이 내용도 자꾸 까먹어서 매뉴얼 보면서 쓰고 있다.
내가 화가 나는 건 기능이 3개밖에 없는데 그 3개조차 외울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더 화가 나는 건 제품이 그럭저럭 예쁘다는 거다. 아예 디자인 못하는 디자이너가 만든 거면 허허 거참 수준하고는, 하고 말겠는데.. 제품 스타일링 뽑은 거 보면 디자인 잘 하는 사람인데 왜 사용성에는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은 것처럼 (혹은 과도하게 혼자만의 세계에서 고민한 것처럼)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다.
뭐 대충 의식의 흐름은 짐작 간다. 제품을 작게 만들고 싶었고 버튼 하나로 모든 기능을 해결하고 싶었겠지. 그러나 안되는걸!! 해결 못했는걸!!!!!
근데 문제는 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이 제품 사고 한 달도 안되어 새로 구매한 샤오미 공기청정기도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샤오미 제품 처음 샀던 거라서 나 꽤 두근두근했다. 발뮤다 공기청정기 사기에는 지갑 사정이 버거웠는데 얼추 비슷한걸 1/3 가격에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제품의 스타일링이나 성능이나 기타 등등 전반적인 평가는 아주 만족한다. 특히 가성비는 감동적이다. 근데.. 근데 왜 너도 같은 실수를 하는 게냐.
자, 두 번째 문제.
Q. 다음 제품을 보고 각 기능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유추해보자. 사용 가능한 기능은 아래와 같다.
* 전원 켜기/끄기
* 모드 변경 (오토, 수면모드, ..)
정답은..
* 전원 켜기/끄기 - 버튼 길게 한번. 종료도 마찬가지.
* 모드 변경 (자동모드, 수면모드, 고속모드) - 전원 켠 상태에서 버튼 한 번씩.
이것도 역시 매뉴얼 안 보면 모른다. 그래도 폴라로이드 큐보보다는 낫다. 아주 약간. 매뉴얼을 한 번만 보면 그다음에는 안 봐도 ‘외울 수’ 있는 딱 그 정도.
어제 주옥 같은 리뷰에 올라왔던 스마트 로프 리뷰에서도... 리뷰에서 얘기한 아쉬운 점 10가지 중 3번째가 사용법 초기 학습이다. 가져와서 나도 써봤는데.. 학습이 좀 필요했다. 사용법을 좀 외워야 된다.
이런 게 진짜 많다는 거. 근데 이거는 진짜 기본 아닌가.
제품 디자이너들이 종종 스타일 예쁘게 빼려고 사용성을 포기한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말자... 특히 기능이 전원과 간단한 기능 한두 개인 가전제품들... 설명서 없어도 쓸 수 있게, 우리 엄마도 한번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