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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Sep 14. 2015

야매스케치 - 얼떨결에 시작

미술을 배운적 없는 어른들을 위한 스케치 교실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다가.. 한 친구가 스케치를 잘하고 싶다는 얘기를 문득 했다. 여행을 가서 사진 찍는 것도 좋지만 한 곳에 눌러 앉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그 순간의 느낌을 그림으로 담고 싶다고 했다.


그림 그리는거 어렵지 않다며, 재밌게 그리면 된다고, 아마도 나는 술김에 큰소리를 쳤던거 같다. 텀블러에 모아둔 내가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며 이거 대충 막 그린다고.. 어렵지 않다고 내가 가르쳐주겠다고 아마도 나는 술김에 헛소리를 했던거 같다.

원하는게 이런거 맞니...?

보통은 이렇게 얘기하면, 오 진짜? 가르쳐주는거다! 이러고 말텐데 그 친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래? 언제 돼? 이번주 일요일 어때? 내가 갈게. 라며 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일정을 잡았다. 대단한 추진력이다.

야매 스케치 교실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가르쳐준다고 큰 소리는 쳤는데, 대체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좀 난감했다. 그림 그리는건 고등학교때 미술 입시 끝나고 나서는 사실 거의 안했는데. 남의 기본기 따지기엔 내 손도 많이 굳었는데. 난 그냥 끄적끄적 대충대충 그림 그리는 얄팍한 기술만 남아 있는데.

뭐, 일단 한번 해보자. 그래도 사기치는 걸 시작 했으니, 끝까지 사기를 치기로 한다.


음 일단 말야,
드로잉은 가르치는건 조금 밖에 안돼. 다 자기가 연습해야 하는거야. 나는 조금의 가이드만 줄게. 니가 많이 그려봐야 돼.

라고 안전장치를 마련해둔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원하는 방향을 좀 정리해보았다.


1. 그림 그리는걸 업으로 할 생각은 없다. 세기의 역작을 남길 생각은 없다.

2. 창의력 대장이 될 생각은 없다. 그냥 눈 앞에 보이는걸 좀더 잘 그리고 싶다.

3. 여행 가서 끄적끄적 나의 시선으로, 나의 감성으로 그곳을 기록하고 기억에 남기고 싶다.

4. 내가 그린걸 SNS에 공유했을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였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목표가 소박해서 마음이 놓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범위 같았다. 일단은 그동안 그렸던걸 일요일에 가져오라고 했다. 실력을 보고 진단하고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이야기 해보기로.





친구와 이런 약속을 한 후, 몇주에 걸쳐 수업을 진행했다. 조금씩 실력이 느는 친구를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든다. 시작하길 잘한거 같다.


주변에 한둘 이런걸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니즈가 있다는걸 알고는 좀 놀랬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회사를 다니고 여행을 좋아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아주 아주 많았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러나 용기가 없어서 혹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렸던 사람들을 위해 친구에게 가르쳐 줬던 그 과정을 정리하여 공유하려고 한다. 꾸준하게 하면 어렵지 않다는걸, 누구든 어느정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걸 얘기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타이틀처럼 이건 '야매 스케치' 교실이고, 얼추 그럴싸하게 보일 정도로만 배우고 그 이상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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