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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Sep 20. 2015

선 연습

야매스케치 기초편

친구에게 그림 그리는걸 가르쳐주기로 한 일요일이 왔다. 집 근처에 카페에서 친구를 맞이했다. 그동안 그렸던걸 가지고 오면 같이 보면서 어느 정도 실력인지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얘기해보자고 했었다.


친구는 부스럭부스럭 그동안 그렸던걸 부끄러워하며 나에게 보여줬다. 노트에 낙서한거부터 놀러가서 그려왔다는 그림들까지, 이것저것 그려온걸 보여줬다.


그냥 끄적끄적 상상하며 낙서하는건 귀엽게 그렸다. 스스로도 은근한 자신감을 보였다.




근데 뭔가를 보고 그릴때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조카가 그린거니..?

위 그림은 친구가 호주에 놀러갔을때 수영장에서 사람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너무 한적하고 행복해서 그 분위기에 취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래 파란색이 물이고 그 안에 사람들이 놀고 있고 그 위에 사각형 안에 있는 사람들은 누워서 일광욕 하는 사람들인거 같다. 근데 그려놓고 보니 스스로도 너무 웃겼는지 아래 ‘ㅋㅋㅋㅋㅋㅋ’라고 써놨다.


너무 잘그리면 어쩌나 걱정했던 내 마음이 깨끗하게 씻기며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많겠구나, 라는 마음에 안도했다. (미안ㅋㅋ)


표현력은 좋은데, 기본기가 없네. 많이 그려보고 기본 조형감만 배우면 될거 같아.

라고 사기꾼 같은 멘트를 날렸다. 마치 의사가..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라는 흔한 멘트처럼.



일단 선 연습부터 시작하자.


스케치의 기본은 선이다. 선에는 다양한 표정이 있다. 가늘게, 두껍게, 약하게, 진하게, 직선으로, 곡선으로... 이 조합으로 정말 많은 표정의 선을 만들 수가 있다. 같은 도구로 같은 대상을 그려도 선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다양한 선의 표정

선을 잘 컨트롤 할줄 알아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 초보자들이 내 손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풀이하면 자신이 그리는 선을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선연습은 왕도가 없다. 그냥 무조건 많이 연습해야 된다.

친구에게 내줬던 첫번째 숙제는 A4 용지에 선연습을 빼곡하게 하루에 한장씩 그리는거였다. 2-3주 시켰다. 방법은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최대한 똑바르게 일정하게 촘촘한 간격으로 선을 그리는 연습이다. 종이를 돌려가면서 하지 말고 종이는 딱 두고 가로로, 세로로, 양쪽 대각선으로 각각 선을 그리는 연습을 시켰다.


가로로 먼저 그리고, 세로로, 대각선으로, 반대쪽 대각선 순서로 그린다. (세로와 오른쪽 대각선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처음엔 잘 안 그려진다. 선도 삐뚤삐뚤 하고 간격도 점점 넓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근데 이게 신기하게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 시간도 단축되고.


이건 친구가 한거.


많이 하는 실수는 간격이나 세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보통은 뒤로 갈수록 하기 싫어져서 넓어진다..) 그리고 특히 대각선에서 각도가 계속 다르게 그려진다.


Tip. 손이 까매질 수 있으니 뭔가 받치고 그리면 좋음.

이걸 처음 할때는 진짜 지겹고 하기 싫다. 팔도 아프고. 이게 과연 도움이 될까 의심되고. 근데 그냥 꾹 참고 몇주만 하다보면 확실히 선 그리는 실력이 느는걸 느낄 것이다. 선연습에 좀 익숙해진 다음에는 일정하게 하는거 말고 점점 진하게, 점점 간격을 넓게 등 좀 더 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


선을 자유자재로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한거랑 그림 그린거랑 다르다고 느끼는 그 간격을 연습으로 점차 좁혀 나가야 한다.



내가 숙제를 많이 내줄게.

그건 빼먹지 말고 잘 해봐.


첫 번째 숙제는 선연습.

두 번째 숙제는 1일 1스케치.

하루에 하나씩 그림을 그려 보라고 했다. 간단한 크로키도 좋고 공을 많이 들인 그림도 좋고. 그림 그리는걸 습관을 들이는게 좋다. 뭘 그릴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을 그려도 좋고, 책상 위에 있는 사물 아무거나, 아니면 그림 일기를 그려도 괜찮다.



그리자. 나누자.


그냥 그리라고 하고 일주일 후에 숙제 검사를 하면 왠지 안할거 같아서 페이스북에 둘이 비공개 그룹을 열었다. 거기에 매일 그림을 하나씩 올리기로 했다. 못그려도 괜찮으니까 나밖에 안보이까 그냥 그날 그날 그린거 찍어서 올리라고 했다.

혼자 올리기 뻘쭘할까봐 나도 같이 그려서 올리기로 했다. 서로 격려하고 동기부여고 하고 좋을 것 같아서.



이걸 보고 숙제를 하는 분들도 혼자 그리지 말고 친구들과 같이 그리면서 매일 나누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SNS에 그때그때 올리든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길 권합니다. 자신감도 늘고 꾸준히 하기에도 효과적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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