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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May 28. 2020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심심할 틈 없는 콘텐츠 소비


우리는 하루종일 남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그것도 쉬지 않고, 아주 작은 틈새의 시간도 놓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탐색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을 하고, 스크랩하고, 공유한다. 저마다 이유는 다양하다. 심심해서, 영감을 찾으려고, 트렌드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혼자 있는 내 모습이 어색해보일까봐.


내 일상을 돌아보면 나 또한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밤의 푸시를 보며 남들의 소식을 업데이트 한다. 잠깐 시간이 나면 네이버에서 뉴스를 본다. 운전할때는 팟캐스트를 듣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심심해서 인스타그램을 본다. 일할때는 유튜브로 음악을 틀어놓는다. 일 하다가 쉴때는 브런치를 본다. 아이를 재우고 저녁에 쉴때는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본다. 잠 들기 직전에는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본다.


이렇게 강박적으로 일상의 많은 시간을 남의 이야기를 듣는데, 정작 내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할 시간은 있던가. 나의 일상을 돌아보니 나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심심해야 ‘내 생각’을 채울 수 있다.


생각해보면, 좋은 생각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좀 심심할 때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순간들—샤워할 때, 볼일 보다가, 운전 중, 자기 전 등—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머리를 좀 비우고, 남의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고, 내 생각에 몰입할 수 있을 때다. 심심할 때, 멍 때릴 때, 머리가 좀 비어있을 때 내 생각이 채워진다.


남들의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생각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다. 멍 때리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생각할 시간 확보하기


그렇다고 내 삶의 방식을 한번에 개조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디지털 기기를 다 끊고 살아갈 수도 없고. 따로 시간을 내기에도 난 이미 너무 바빴다. 명상은 내 체질에 안맞다. 내 일상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내 생각' 할 시간을 확보할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사소함 주의)


이동 중에 스마트폰 하지 않기

운전중에 팟캐스트를 듣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탈 때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면, 20-60분의 멍 때릴 시간이 확보된다. 이동 중에는 다양하고 랜덤한 외부자극들이 있어서 재미있는 생각들이 많이 떠오른다.


음악이나 팟캐스트 없이 혼자 산책하기

걷다가 약간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쯤, 내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고 더 깊은 생각에 도달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골치 아팠던 문제에 좋은 해결책이 생기기도 하고, 나를 억누르던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도 한다. 이때의 핵심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걷고, 약간 심심해야 한다는 점.


스마트폰 없이 혼밥하기

멍 때리기에 딱 좋은 시간이기도 하고, 식사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 쓰기

지난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매일 자기 전에 일기를 쓰니 일상을 소중하게 돌아보게 되고 나만의 이야기가 조금씩 쌓인다.


남의 이야기를 스크랩할 때 짧게라도 코멘트 남기기

나의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닫자는 말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접해도, 좋은 콘텐츠를 스크랩하는 과정에서 짧게라도 나의 생각을 남겨둔다. 그러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 소화되어 내 것이 된다.


책,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인상적인 콘텐츠를 본 후에는 짧게라도 감상 남기기

남의 이야기 중에서도 긴 호흡의 콘텐츠를 소비할 때는 많은 내용을 한번에 흡수하기 때문에 특히 더 감상을 남겨두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 콘텐츠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기록해두어야 나중에도 의미있게 내 이야기로 남는다.




나는 내 생각에 몰두하는 그 시간에 평소에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어제/아까 있던 일을 다시 곱씹어 보면서 더 깊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림 그리고 싶은 소재를 떠올리고, 글 소재를 떠올리고, 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궁리해보기도 한다. 뭐, 대부분의 시간은 잡다한 생각이지만.


위의 사소한 방법들은 내 일상을 기반으로 적은 것들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각자의 일과와 생활습관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방법들을 떠올릴 거라고 믿는다.


심심하게 생각할 시간그 생각을 정리할 시간까지 확보해두면 더 좋다. 멍 때리며 하는 생각은 기록되지 않으면 ‘잡생각’으로 휘발되기 마련이다. 생각한 것을 정리해두어야 내 의견, 내 목소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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