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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May 30. 2021

다양한 성 정체성을 수용하는 UX

인스타그램 프로필의 인칭대명사 선택 기능

They를 단수형으로 쓸 수 있다고?


영어 글쓰기 수업을 받다가, 복수형의 인칭대명사(pronoun)인 'They/Them'을 이제는 단수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She와 He로 대표되는 단수형 인칭대명사는 성별을 특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젠더 아이덴티티를 여성 혹은 남성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인칭대명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They/Them를 단수로 쓰게 되는 상황의 예시

1) 성별을 모를 때

2) 성별을 특정하고 싶지 않은 상황

3) 자신의 인칭대명사를 they/them이라고 불리고 싶은 사람을 언급할 때






진짜 이렇게 쓴다고?


이 이야기는 작년에 영어 선생님께 처음으로 들었던 거라, 진보적인 일부 사람들의 언어인지 보편적으로 쓰이는지 너무 궁금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미국의 현지팀과 매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옆팀의 운영자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분은 함께 일하는 현지팀의 직원들이 인칭대명사가 다 달라서 헷갈린다고 했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잘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생의 경우, 처음 입사했을 때 인사카드에 자신의 인칭대명사를 고르는 칸이 있었다고 했다. 직접 고른 인칭대명사는 인사 프로필에 표시되며,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준다고 했다. (다 그렇게 부르진 않는다고 했지만.) 모두가 쓰는 언어는 아니지만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의 프로필에 she/her, he/him, they/them 등 인칭대명사를 써두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동생도 프로필에 인칭대명사를 써두었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볼드타입(The Bold Type)을 보다가도 비슷한 사례를 만났다. 매거진 에디터가 어느 작가에 대한 글을 쓰다가 인칭대명사를 잘못 써서 혼나는 내용이었다. 그 작가는 인칭대명사를 they/them으로 쓴다고 했는데 에디터가 she/her로 잘못 쓴 것에 대한 코멘트였다. 짧게 지나가는 이야기였는데, 공개적인 글을 쓸 때 유의해야 하는 항목 중 하나구나 라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Pronoun 선택 기능 도입


출처: Instagram의 트위터 계정 https://twitter.com/instagram/status/1392176784028749824



얼마  인스타그램에서 프로필에 선호하는 인칭대명사(preferred pronoun)를 넣을  있는 기능을 발표했다.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며, 한국은 포함 지역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번에 제공하는 인칭대명사는 she, he, they, ze, ve 등으로 다양하고 점차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발표를 인스타그램의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했고, 이 공지글에 많은 사용자들이 트위터를 태그하며 이제 트위터의 차례라는 멘션을 남겼다.






인스타그램의 노티피케이션



인스타그램은 이 기능을 도입하기 전에도 노티피케이션 등에서 성 중립적인 인칭대명사를 써오긴 했다.


OOO mentioned you in their story.

OOO liked your mention of them in your story.


이 경우, 주어가 둘 다 단수이기 때문에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문법상으로는 their와 them의 자리에는 her나 him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저 OOO님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성 중립적인 표현인 them을 쓰는 것이다.





(좌) Wattpad (우) Reddit



인칭대명사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인스타그램이 처음은 아니다. 왓패드에서는 회원가입 단계에서 인칭대명사 중 They/Them을 선택할 수 있고, 레딧은 성별을 고르는 질문에 여성/남성 외의 선택이 가능하다.






업무적으로 글로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덕트를 만들다 보니 이런 변화가 더 가깝게 다가온다. 시대가 변하면 언어가 변한다는 건 인지하고 있고, 많은 단어들이 점차 그 의미나 사용이 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문법까지 바뀌게 되는 경우는 낯설어서 이번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게다가 메이저 프로덕트에 피쳐로 반영이 되기까지 하니, 아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반응하는 감각을 더 예민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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