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까지 맞닿아야 진짜 허그라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허그(껴안기, 포옹) 인사가 흔하다. 우리나라는 허그를 안 하냐? 물론 한다.
오랜만에 만나거나 긴 이별을 할 때 껴안는다. 하지만 한국 허그와 영국 허그는 상당히 달랐다.
내가 관찰해본 결과 한국 허그는 좀 엉성하다. 한국에서는 서로 하체는 엉거주춤하게 뒤로 뺀 채 어깨만 서로에게 대는 것 같다. 여기에 상대의 어깨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거나 쓰다듬는 양념이 따라붙을 때가 많다. 근데 영국에서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상대는 ‘Such an awkward hug!(너무 어색한 허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 허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직장을 다닐 때 영국인 사장 해리는 프랑스에서 살다 와서 프랑스식 인사 비쥬로 인사하곤 했다. 그는 허그를 하고나서 상대방과 양쪽 볼을 번갈아 대고 한쪽 볼이 닿을 때마다 ‘쪽’ 소리를 냈다. 나도 그와 인사할 때마다 그를 따라했다. 어느날 해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수수는 인사할 때마다 쪽 소리를 안 내고 그냥 고개만 갖다 대 하하”
그랬다. 나는 뽀뽀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어정쩡하게 허그를 하고 마치 새처럼 내 머리를 그의 한쪽 어깨 위로 뻗었다가 당기고 다시 다른 쪽 어깨 위로 뻗었다. 입술은 단단히 닫혀있었다. 부리를 앙 다문 무표정한 새처럼.
두 번째 직장에 에밀리라는 아주 외향적인 동료가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영국인보다도 허그를 진하고 겪하게 했다. 얼굴에 한 바가지 웃음을 머금은 채 모든 사람들에게 환하게 인사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의 어정쩡한 한국 허그는 한참 부족했나보다.
“수수, 허그는 서로 가슴까지 닿아야 해.”
에밀리는 웃으면서 그녀의 가슴을 내 가슴에 바짝 밀착하며 나를 껴안았다. 허걱. 유교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게는 가슴과 가슴을 맞붙이는 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작은 가슴에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가슴에 유난히 민감했다. 내 가슴을 상대의 가슴에 붙이면 내 가슴 크기를 확인 사살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딱 봐도 작아보이는데 뭘 그리 걱정하나... 열등감을 내려놓고 그들의 문화에 적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친한 사람들과 하는 허그는 편해졌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과 처음 나누는 허그는 어색하다.
그런데 내가 적응해야 할 것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토닥토닥하는 게 굉장히 한국적인 제스처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한번은 나랑 자주 놀던 프랑스 친구가 물었다.
“너 인사할 때 마지막에 그 쓰다듬는 거 뭐야? 이상해~ 안 하면 안 돼?”
영국 친구 나디는 한국 남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마지막에 한 허그가 너무 소름돋았다고 했다. 거리감 있는 포옹을 하고는 나디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고 한다. 사실 그가 한 허그는 한국인이 봤을 때 다분히 아무렇지 않은 허그였다.
토닥토닥은 한국인에게 따뜻한 애정표현인데 유럽 친구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게 괜히 억울하고 아쉬웠다. 한편으로 한국인은 허그할 때 가슴까지 맞붙으면 눈동자가 커다래질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세계화가 되었을지언정, 사는 지역에 따라 반응이 이렇게 다르다니... 특히 촉각적인 문화 차이는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 문화가 다른 만큼 정서도 참 다르다는 짜릿한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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