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1일 목요일. 덥다.
하루가 시작된다. 햇살이 커튼을 뚫고 영락없이 방안을 비춘다. 전날 늦게 잠자리에 들었기에, 늦은 아침 시간으로 알람을 설정해 놓았다. 어둠을 밀어내고 올라온 태양빛이 알람이다. 아침 7시, 침대에 누운 채 기지개를 켠다. 양팔 팔꿈치를 쭉 편다. 온몸의 세포에 알린다. 새 하루야!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계란을 삶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고, 현관문을 연다. 자동차에 타고, 시동을 켜고, 운전을 한다. 이호해변 도로를 달려 시내로 들어간다. 출근시간, 300미터 거리를 10여분 걸려 지나간다.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간다. 횡단보도를 건너 학교에 들어간다. 운동장 통행로를 지나 교실로 바삐 걸어간다. 8시 20분, 교실문을 연다.
27명의 아이들과 본격적인 하루를 맞이한다. 내 하루의 생명은 교실 공간에서 보호받는다. 마음이 커지고, 생각이 커지고, 미소가 커진다. 나는 오로지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내 모든 걸 사로잡는 아이들이다. 나는 아이들과 하나가 된다. 잉어가 제대로 된 연못에 들어간 거다. 점심 식사를 하고, 2시가 지나 아이들이 돌아간다.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조용하다. 교실 속 아이들 움직임이 영화처럼 여운으로 남는다. 6시간 동안의 움직임이다. 내일을 준비한다. 퇴근시간이 지난 후, 도시락을 열어 저녁을 먹는다. 플루트연주 연습을 한다. 교실을 정리한 후 신발을 갈아 신는다. 다시 운동장 통행로를 지나 횡단보도 앞에 선다. 횡단보도를 건너 주차장에 간다. 시동을 건다. 한라수목원으로 간다. 수목원 공중화장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수목원 산책로를 달린다. 산책로를 왕복으로 15분 동안 달린다. 땀이 볼을 타고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수목원을 10분 정도 걷는다. 다시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차에 탄다. 운전을 한다. 우편집중국 도로변에 주차를 한다. 요가복이 담긴 가방을 메고 요가센터로 걸어간다. 요가센터에서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요가를 한다. 요가가 끝난 후 다시 옷을 갈아입는다. 걸어서 차에 간다. 시동을 켜고 집으로 간다. 집 현관문을 연다. 도시락을 싱크대에 놓는다. 카톡 내용을 본다. 뉴스를 본다. 샤워를 한다. 드라이기로 젖은 머리를 말린다. 듀어링고 영어 공부를 한다. 노트북을 켠다. 노트북 앞에 멈춰 있다.
하루다. 선물이다. 이 많은 일들을 하다니, 나는 행운아다. 나에게 하루가 있다. 매일 같은 하루처럼 보이지만 매일 다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아 보이지만 같은 건 하나도 없다.
나는 매일 같은 사람들과 만나지만 다름을 느낀다. 다름을 찾는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매일 다르듯이, 바다 파도 모습이 매일 다르듯이, 모든 것은 같은 듯 다르다. 생명이다. 살아 있다. 살아있기에 다르다. 그 다름이 나를 성숙하게 한다. 다름에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나는 변화되어 간다. 결국 나는 성숙해지고 있다. 다름을 안고 다가오는 사람들 틈에서다. 내가 나로 세워져 가는 비결이다. 도움이다. 다름이 가득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