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지 않으려다 겁쟁이로 살았다.

by 한수정

요즘에도 가끔 씽씽이를 타는 아이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삼십여 년 전의 기구가 지금도 여전히 쓰이는 점도 놀랍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날 때부터 씽씽이를 탈 줄 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른으로 치면 드라이브와 비슷하달까.

다들 알다시피 씽씽이는 한쪽 발을 발판에 올리고 한쪽 발은 끊임없이 땅을 밀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씽씽이를 타본 적이 있다. 간단해 보여서 당연히 쉽게 보고 친구 따라서 탔지만, 나는 자꾸 한쪽으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친구들은 겁 없이 자유롭게 잘만 타는데 나는 자꾸 넘어질 것 같아 멀리 갈 수가 없었다. 조금 가다 멈추고 조금 가다 멈추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은근히 균형 감각이 중요해서 모든 어린이들이 기본적으로 잘 타는데 나만 잘 못 타는 이상한 겁쟁이 같았다. 그런 겁쟁이라 내 두 발이 아닌 다른 탈 것에는 지금도 엄두를 못 낸다. 자전거도 못 타고, 스케이트도 못 따고, 면허도 못 따고...


언젠가 이런 적이 있었다.


길을 걷는데 뒤에서 그것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구르마인지 어떤 바퀴 있는 걸 누군가 끌면서 다가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계속 걷다가 신경이 쓰여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알고 보니 내가 조금 전에 가게에서 구입해 가방에 넣어둔 고체 치약이 봉투 안에서 흔들거리며 나는 소리였다. 어이가 없어서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잠시 동안 입을 벌리고 굳어 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씽씽이를 조금만 더 탔으면 친구들처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서프라이즈 박스 안의 용수철처럼 겁이라는 녀석이 튀어나올 때마다 불안해져서 가능성이나 용기 같은 것들을 덮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조그마한 두려움을 나도 모르게 점점 크게 키우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싶다. 그 두려움 때문에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콩알만 해지고, 내가 나를 믿지 못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는 보통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때로는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면 고체 치약 봉투처럼 별것 아닌 것에 신경 쓰고 있었다는 자체가 우스워서 헛웃음 지을 때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믿고 내 안의 중심을 세워봐야겠다. 그러면 언젠가는 씽씽이를 다시 타게 되었을 때 조금은 더 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꼭 씽씽이가 아니더라도 한결 용기 있는 내가 되어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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