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와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

실패를 영원한 실패로 두지 않는 방법

by 한수정

<안나 카레니나>에는 유명한 첫 문장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앞뒤 단어에 성공과 실패를 대입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가 된다.

성공한 사람은 모두 비슷하지만, 실패한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한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녔다. 그게 하나의 일이었다.

그들은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내기도 하고, 부동산으로 큰 자산을 이루기도 하고, 유튜브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기도 했다.

인터뷰뿐만 아니라, 성공한 이들의 자기 계발서나 영상도 하나하나 보았다. 그때처럼 이런 콘텐츠를 열심히 많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부동산 하나만 하더라도 경매부터 시작해서 공매나 재개발, 아파트, 토지 등 여러 분야가 있어서 그 하나하나마다 가지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읽을 책과 알아야 할 것들이 점점 불어난다. 사업이나 부업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에 정신없이 파묻혀 있다가 일 년이 훌쩍 지나갔다.


한동안 성공에 대한 열망에 젖어 있다가, 그동안 멀리했나 싶어서 오랜만에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경제경영서를 비롯한 자기 계발서와 소설은 강 너머 이쪽 동네와 저쪽 동네가 다른 것처럼 온도 차가 확연히 차이 났다. 물론 기본적으로 분야가 다르기도 하고, 현실의 이야기와 가상의 이야기라는 구분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낯선 감각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때마다 시차가 느껴졌던 것이다. 독서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책을 새로 한 권 읽을 때마다 그 책의 세계에 적응하느라 몰입이 지연되곤 했다.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는 누구나 궁금해한다.


**으로 성공한 사람이 있데.

그 사람이 누군데? 어떻게 성공한 건데?


여기서 가장 방점이 찍히는 부분은 바로 '어떻게'일 것이다.


어떻게 성공했데?

그 사람처럼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는 건가?


그래서 자기 계발서의 핵심은 'how to'다.


반면 실패한 사람에 대해서는 대부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면 하나일 것이다.


'왜' 실패했데?


소설은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이 주인공이더라도 그는 필시 시련을 맞이하거나 머지 않아 어떤 실패에 맞부닥치게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소설 속 인물은 끊임없이 어떤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때로는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선택하기도 한다. 독자는 이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는 '선택'을 한다.


나는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데 왜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까?

얻을 것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태도와 시선이 달라진다. 둘 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그런 방법으로 성공하게 되었군요. 대단하시네요.


전자는 위를 올려다보는 시선으로 우러러보게 된다.

부럽다. 대단하다. 그런데 그게 다다.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열망도 있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마치 거대한 강 위에 세워진 부러진 다리에 외따로 서있는 기분이다.


아... 좋겠다. 저 사람은 다리가 부러지기 전에 건너고 저 너머 육지로 갈 수 있어서...

나는 어떡하지?


후자는 나와 같은 눈높이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덕분에 정면에서도 보고 옆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에도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그래서 실패하게 되었군요. 저런...


그런데 이상하다. 저 사람의 말을 듣노라니 가슴 한구석에 찌르르한 진동이 느껴진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나도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그때 어땠을지 짐작이 가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이야기와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부러진 다리에 모인다.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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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란 어떤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생각해 보면 사는 동안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싶다.

크든 작든 실패 없는 사람은 없다. 성공한 사람에게 실패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실패를 발판 삼아 성공으로 탈바꿈 시켰거나, 우리가 숨겨진 그의 실패를 모르는 것뿐이다.


실패를 영원한 실패로 두지 않는 방법은 그것을 과정으로 여기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실패했다는 것을 혼자만 담아두고 있었을 때는 내가 세상 쓸모없는 사람처럼 여겨졌는데,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실패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경험을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럼으로써 이 실패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실패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 그것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실패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다른 방향의 뜻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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