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수영 Jan 05. 2024

캠프에 가는 학생에서, 캠프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누구나 한 명쯤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스키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꽤 어린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스키를 가르쳐주었던 선생님의 모습과 목소리, 그날이 어땠는지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수련회나 캠프를 다니다 보면 누구나 한 명쯤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기 마련이다. 부르는 호칭이 '선생님'으로 통일이 되어 있어서 그렇지 관련 업종의 직원일 때도 있고, 행사 인솔자인 경우도 있고 꽤 다양하다. 그럼에도 종종, 어떤 학생의 기억에는 그 선생님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남는 학창 시절에 만난 선생님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기에, 나는 항상 그 점을 기억하면서 캠프 인솔자로, 강사로 활동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캠프 인솔자로 활동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백 명, 한 계절이면 수 천명의 학생을 만나게 된다. 스키 강사도 마찬가지라서, 한 겨울이 지나고 나면 수 십 명의 학생을 가르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성별도, 나이도, 살고 있는 곳도 모두 다 다른 수많은 학생을 만나게 된다. 특히 캠프에서는 조를 나눠서 일부만 관리하게 되어도 한 담당자 앞에 몇 개의 조, 수십 명의 학생이 주어지다 보니 사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특정 한 명을 기억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반대로 학생의 입장에서 선생님 한 명, 한 명은 특정하기 쉽다. 담당 선생님을 자주 만나게 되니 커다란 시설에서 돌아다니다가도 학생들은 우리 방 선생님을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보통 수련회나 캠프가 낯선 곳에서 친구들끼리 함께 보내는 특별한 경험이다 보니 매 순간이 생생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항상 다짐한다. 이번에 나의 시간에 스쳐 지나가는 이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만을 주기로. 언젠가 그때 캠프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선생님 참 좋았지, 할 수 있도록. 혹시 그 기억이 마냥 좋은 때가 아니었을지라도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좋았던 때로 기억할 수 있도록...

작가의 이전글 횡계에서 18번째 겨울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