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핀란드는 처음이지? 1. 사우나
핀란드는 사우나의 나라다. 사우나는 핀란드어로 목욕을 뜻한다. 핀란드에는 300만 개의 사우나가 있다고 한다. 핀란드엔 552만 명이 산다. 3명 당 1개의 사우나가 있는 셈이다. 맨 처음 핀란드 사우나를 접한 건 2017년 여름이다. 친구네 가족이 소유하는 100년 된 여름 별장에 초대를 받았다. "사우나를 할 거니까 수영복을 가져와"
친구네 별장에 있던 사우나는 나무로 돌을 데우는 사우나였다.
이때부터 나의 나무 사우나 사랑이 시작됐다.
핀란드 사우나는 두 종류가 있다.
1. 전기로 데우는 사우나
2. 나무로 데우는 사우나: 나무 사우나 wooden sauna, 전통 훈연 사우나 savusauna
사우나 모두 스토브 위에 돌을 데워서 증기를 만드는 방식은 같다. 전기식 사우나는 전기로 돌을 뜨겁게 한다. 나무로 데우는 사우나는 장작을 태워서 돌을 데운다. 전통 훈연 사우나는 나무 사우나와 돌을 데우는 방식은 같지만 훈연 사우나는 연기가 나오는 굴뚝이 없다. 그래서 나무를 태워서 나쁜 연기를 먼저 내보낸다. 그을음 때문에 내부가 까맣다. 그래서 다리나 팔에 거멓게 묻어난다.
사우나에 들어가면 전기식 사우나와 훈증 사우나의 차이점은 아주 극명해진다. 훈증 사우나는 증기가 몸에 자연스럽게 착 감기는 기분이 든다. 전기 사우나는 증기가 조금 더 톡 쏘고 빠르게 온다. 나의 경험은 훈연 사우나에서는 오래 있을 수 있고, 전기 사우나는 오래 있기가 조금 불편하다. 한국 사우나에 가면 누가 누가 오래 있나 경쟁하는 것처럼 물론 오래 있는 게 목표는 아니다.
핀란드에 살고 나서 한국 목욕탕에 가면 사우나에 가서 핀란드 회사 제품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남편 라우리가 한국 대중목욕탕에서 핀란드 사우나 스토브 회사를 발견하고 왜 한국에서는 사우나 스토브에 물을 던지지 않을까 물어봤는데 나도 그 질문에 속 시원한 정답이 없다. 핀란드 사우나는 스토브에 물을 던진다. 뜨겁게 달궈진 돌에 물을 던져서 증기를 만든다. 핀란드어로 뤄울루 löyly라고 한다.
핀란드 공중 사우나에 가면 가끔 사우나 마스터 (우리가 만들어낸 별명이다. 모든 사우나에 이런 사람이 있는 건 아니다.) , 일명 사우나 경험이 많은 아저씨나 할아버지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항상 남성인 건 아닌다)가 물을 계속 던지는 경우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일요일마다 할머니와 엄마와 대중목욕탕을 갔다. 다년간 대중목욕탕 경험으로 아무리 물을 던져도 살아남았다. 속으로 킥킥킥 웃는다.
조용한 핀란드 사람들도 사우나에서는 조금 느슨해진다. 핀란드 사우나에서는 신기하게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맥주나 핀란드 진 드링크 롱께로를 마시면서 사우나에 있으면 긴장이 풀린다. 물론 수영복을 입고 사우나를 가거나 나체로 사우나를 가면 친밀감을 느낀다. 그리고 은근히 사우나를 좋아하지 않는 핀란드인 친구도 많다. 한 핀란드 친구도 사우나는 싫어하는데 사우나 안에서 파트너나 친구랑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사우나에 가는 친구도 있다. 사우나 안에서 대화하는 걸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있다. '미에스텐 부오로 Miesten Vuoro' https://areena.yle.fi/1-1043126
사실 핀란드에 와서 혹독한 겨울을 잘 견딜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사우나라고 생각한다. 핀란드의 첫겨울을 보냈을 때 매일 사우나로 걸어갔다. 사우나는 남편이 일하던 회사의 건물에 있었다. 집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남편의 사무실로 일주일에 세 번 걸어갔다.
꽁꽁 언 귀와 손발이 아리다 못해 감각이 둔해질 때쯤 사우나로 들어가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그 기분은 이 세상에 어떤 추위도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은 힘이 생겼다.
공용 사우나를 못 쓰게 됐을 때 알라스 시 풀 Allas Sea Pool 회원권을 끊었다. 한 달에 40유로에 공용 사우나,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바다 수영장, 물이 따뜻한 수영장이 있는 공용 사우나 시설이다. 비가 자주 오는 가을에도 얼음이 꽁꽁 언 겨울에도 갔다.
사우나와 땔 수 없는 게 아이스 수영이라고 하는 아반또 Avanto가 있다. 겨울에 집 주위 바닷가를 보면 구멍이 나있고 수영장에 있는 손잡이가 있다. 아반또는 꽁꽁 언 얼음에 구멍을 뚫고 수영을 하러 가는 거다. 사우나를 하고 나서 들어가기도 하고 사우나 없이 그냥 물에 들어가기도 한다.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핀란드 친구들을 보면 아침에 수영복과 모자 발 보호용 신발을 신고 얼음 수영을 하러 들어간다.
https://finland.fi/life-society/taking-an-icy-plunge-in-finnish-waters/
핀란드에 놀러 온다면 숲에서 사우나를 하고 호수에 들어가거나
바다 근처에 있는 공용 사우나에 가서 사우나를 하고 바다수영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헬싱키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우나 장소
1. 알라스 시 풀 Allas Sea Pool
2. 하나사리 Hanasaari
3. 뤄울루 Löy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