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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집가 May 23. 2024

에세이 투고 후 두 시간 만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뒤

#1_번아웃은 시작되고


지난달, 태어나 처음으로 투고를 해봤다. 사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언제부터 생긴 건진 모르겠으나, 꽤 오랜 시간 애써 외면했음을 나는 안다. 괜히 또래가 낸 에세이를 '이런 건 나도 쓰겠다며' 비난했고, 엄청난 문장을 발견하면 '이런 사람이 작가지 내가 뭐라고'라며 도망쳤다. 하지만 질투와 동경의 대상이 자꾸 글을 쓴 사람들을 가리키는 걸 보니 이젠 인정할 때가 되었다고 여겼다.


작년 초 청년을 위한 에세이 쓰기 수업을 듣고 난 뒤에 꽤 오랫동안 꾸준히 썼다. 꾸준히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쓸거리가 계속 생각났고 마음만 먹으면 한 꼭지정도는 써냈으니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었다. 그렇게 모은 글을 모아 처음으로 투고를 해봤다. 서점을 가서 에세이 출판사 메일 주소를 취합하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엑셀을 다운로드하였다. 그리곤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보냈다.


세 시간도 안되어 답장이 왔다. 내 글에 관심이 있으니 연락 달라고, 각종 계약 조건을 미리 나열한 걸 보고 일처리가 빠르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완벽히 원하는 조건이 아니라 다른 연락들을 기다렸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여에 걸쳐 답변을 받았다. 내가 일정 부분 비용을 대고 내자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언제부터 돈을 내면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순례길을 걷고 있던 중이라 당장 한 곳을 골라 계약을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첫 책은 수업료 낸다치고 출판 비용의 일정 부분을 낼 수 있겠지만, 이게 내가 원하는 게 맞나? 나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가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인가? 또 포기하려고 핑계를 찾고 있는 건가? 다른 사람들의 첫 책을 찾아 읽어봐도 두 번째, 세 번째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일단 지르고 봐?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좀처럼 결론을 낼 수 없었다.


그 사이 쓰는 삶을 멈췄다. 고작 두어 달이지만. 안 써서 편안한 마음은 잠깐이었고, 곧 잃어버릴 생각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작가라는 명함보다는 꾸준히 쓰고 싶은 사람이구나. 내 글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마음에 번아웃이 왔던 거였구나. 그렇다면 무기력해 있을 때가 아니라 쓸 때다. 지금처럼 커서 뭐가 될지는 모를 생각들을 하나하나 키워가야지.


#에세이투고 #작가데뷔 #가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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