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연하 미국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1. 프롤로그. 가족의 정의, 가족이란

by Sophi Perich


가족의 정의: 가족은 혈연·인연·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을 가리키는 가족학 용어로서, 친족 집단을 말한다.

-지식백과




시대가 바뀌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문화의 세계화로 가족이라는 정의가 변하고 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가족은 혈연과 혼인이라는 한정된 관계로 정의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혈연이나 혼인뿐만 아니라, 인연이나 입양 등의 포괄적인 범위까지 포함해 가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우리는 다양한 방식과 다채로운 형태로 가족을 형성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정착을 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종과 가족들을 접하게 되었다. 미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를 낳고 한집에 같이 사는 사람을 오직 남편이나 아내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미 살림을 합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서로를 파트너, 혹은 남자친구, 여자친구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건 두 사람이 아직 약혼이나 결혼을 하지 않은 동거인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아직 약혼이나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 파트너,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로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을 소개하기도 한다.


당연히 남자에겐 부인이 있을 것이고, 여자에겐 남편이 있을 것이란 고정관념이 없어서 상대방과 대화를 이어갈 때 남자나 여자에게 "너 여자친구(부인) 있어?" 혹은 "너 남자친구(남편) 있어?"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에 "너 혹시 만나는 사람 있어?" 혹은 "너 결혼했어?"라고 묻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렇게 묻는 것이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니 가족들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거나 치료 방향에 대해 의논해야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때 환자에게 묻는 것이 바로 "Who is your significant other?"[당신에게 중요한 사람(연인, 남편, 부인, 혹은 파트너 등)이 누구입니까?]이다. 여자 환자라고 해서 당연히 남편이 보호자 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자 환자라고 당연히 부인이 보호자 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모든 고령의 환자들이 자식이 있을 거라는 편견도 없다.


당신에게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을 하면 환자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대답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여자 환자가 입원을 했고, 당신이 위의 질문을 했다고 치자. 여자 환자가 "His name is Michael. He is my husband."[마이클이에요. 제 남편이고요.]이라고 대답을 했다면 당신은 자연스럽게 이 여자 환자에게는 남편이 있고, 그 남편이 이 환자에게 Significant other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남자 환자가 입원을 했는데 당신의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을 했다면 당신은 남자의 Significant other 가 남자의 남편임을 알 수 있고, 그의 대답으로 환자의 성향도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서두를 조금 거창하게 시작했다. 나의 앞선 브런치 북 세 권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에겐 친정이라 부를만한 곳이 없다. 친정 엄마는 없고, 아빠는 어디선가 살고 있지만 아예 연락을 하지 않으니 친정 아빠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신랑과 내가 한국에 놀러 가면 찾는 곳이 바로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의 집이다. 친정은 아니지만 내가 친정처럼 느끼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친정이 없다는 것이 크게 서운한 적은 없었다. 믿고 의지할 구석,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든든한 버팀목, 무슨 일이 생기면 단숨에 달려와 줄 지원군, 재정적으로 힘들 때 부탁할 수 있는 사람들, 뭐 그런 수식어가 적용될 만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혼을 했다고 이제 와서 친정의 부재가 그렇게 불편하다거나 서럽지 않은 것이다. 있다가 없어진 게 아니라 늘 없었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2016년 결혼을 해서 올해로 결혼 8년 차인 우리 부부는 정말 다른 점이 많다. 토종 한국인인 나와 백인 미국인인 남편, 나는 부모가 없고 외동인데 반해 신랑은 총 7남매 중의 넷째인 데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남매가 많은 대가족 출신이고, 지독하게 가난했던 내 어린 시절과 달리 신랑은 부유하고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나보다 신랑이 6살이나 어리다 보니 인정하기 싫지만 세대 차이도 조금은 난다.


삶을 대하는 방식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가짐도 너무 다른 우리가 하나의 '가족'을 형성해 살아가며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 그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이곳에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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