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표현하지 않는데 네가 날 사랑하는지 어떻게 알아?

2. 사랑의 표현, 여섯 살 연하 미국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by Sophi Perich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신랑과 나는 성장환경이 극명하게 다르다. 나는 외동에 부모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키워진 반면, 신랑은 총 6명의 남매가 있고 비록 이혼을 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새아버지의 살뜰한 보살핌 아래 자랐다.

물론, 사춘기 때 이혼을 한 부모님 때문에 신랑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힘들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싸우던 엄마, 아빠가 갑자기 따로 살기 시작하면서 요일을 정해 어떤 날은 아빠 집에, 어떤 날은 엄마 집에 가야 했기에 혼란스럽기도 했고 눈치도 보여서 부모님과 말을 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고.

그때, 신랑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신랑과 남매에게 사랑을 표현했다고 했다. 이혼이 너희들 때문이 아니라 서로가 맞지 않아 헤어진 것뿐이고, 우리는 따로 살지만 너희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을 끝도 없이 상기시켜 주고 또 이야기해 줬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신랑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할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들고 외로웠던 것보다는 부모님에게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이야기를 더 자주 한다. 아빠나 엄마와 어디를 여행했고, 무엇을 함께 보러 갔으며, 무엇을 함께 배웠었다 같은 것들 말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함께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든지, 낚시를 하고, 캠핑을 가고, 함께 요리 학원이나 주짓수 학원을 다닌다는 것이 나에겐 너무도 생소한 이야기이지만 신랑과 그의 남매들에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성장기 중의 하나이다.

그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인지, 아니면 미국의 문화 때문인지, 신랑은 애정 표현에 적극적이고 그 방법도 자연스럽다. 7년을 부부로 지내왔고, 연애 기간까지 합치면 9년을 함께 하는데도 신랑은 여전히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와도 포옹을 하고 입맞춤을 한다.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땐, 연애 초기라서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원래 신랑의 성격이 그런 것이었다. 애정 표현에 스스럼없는 부모님과 가족들 사이에서 커왔기 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또 그것이 어색하지가 않은 것이다.

반면에, 나는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 더욱이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감정 표현도 서툴러서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도 어색했다.

20대 초반,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부터 신랑을 만나기 전까지 나에게 남자 친구란 한마디로 불안과 초조함의 대상이었다. 남자 친구로부터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고, 그래서 늘 불안했고 조마조마했다. 내 마음을 보여줬다가 저 사람이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내가 내 마음을 온전히 다 열었는데 저 사람이 질려서 헤어지자고 하면 어떡하지? 나 또 버림받으면 어떡하지?

서로를 아껴주고 존중하는 연애를 했다기보다는, 내가 상대방에게 모든 걸 맞춰주고 퍼주는 연애를 했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해 나를 떠나거나, 나를 버리지 않길 바라는, 그런 구걸과 같은 연애 말이다.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내면 아이가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내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있었으리라. 물론 그때는 내가 그런 연애를 하고 있는지 몰랐다.

신랑과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야 나를 학대하는 소모적인 연애가 아닌, 건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연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늘 끌려다니는 듯한 연애만 해온 나에게, 신랑은 내가 하기 싫은 일은 하기 싫다고, 가기 싫은 곳은 가기 싫다고 말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로서는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베풀어야만 상대방도 나를 다정하게 대해줄 것이라는 일종의 거래와 같은 것이 연애라고 생각했었던 것도 신랑의 무한한 애정공세와 다정함에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표현을 잘하는 남자가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게 물었다.

"너는 왜 나한테 애정 표현을 안 해?"
"너는 왜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안 해?"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런 걸 꼭 말을 해야 아나? 좋으니까 사귀는 거지...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내 대답에 그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은 듯했다.

"네가 표현하지 않는데 네가 날 사랑하는지 어떻게 알아?"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자기 방어가 발동했다. 너무 내 마음을 보여줬다가 이 남자가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그는 갑자기 심각해져 입을 닫아버린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네가 표현을 해야 나도 사랑받는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그런 생각이 들어야 나도 행복할 수 있고. 내가 사랑한다고 너한테 애정 표현하면 너도 좋은 것처럼, 나도 그래. 네 마음을 나한테 표현 좀 해줘."

그의 당당한 요구가 마음 깊숙이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 이후로 9년이 지난 지금은 나도 많이 변했다. 30년 넘게 감정을 억누르며 표출하는 방법을 모른 채 살아온 내가 신랑 덕분에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여전히 신랑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지금은 나도 내 나름 신랑에게 애정 표현도 많이 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한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애정 표현하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이렇게 거창하게 썼나 싶을지는 몰라도 분명 나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처럼 어릴 적의 상처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괜히 머쓱해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늘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아 당연시 생각되는 나의 배우자, 나의 부모님,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나의 형제, 자매들, 그리고 아이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내 사람들에게 우리는 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가족이니까? 당연히 내가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언제까지고 그 사람들은 그곳에 그대로 있을 거니까?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 마음을 모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고 애정 표현을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모닝커피를 마시며 배우자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좋은 아침이라고,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설거지를 하는 신랑이나 부인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고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꼭 배우자가 아니어도 좋다. 아이들이 되어도 좋고, 부모님이 되어도 좋고, 연인이 되어도 좋다. 더 늦기 전에 당신의 사랑을 표현해 보자.

지금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내가 신랑에게 배운 첫 번째가 바로 사랑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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