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칭찬 안 해주면 누가 해줘? 다른 여자한테 들어?

3. 칭찬의 대화법, 여섯 살 연하 미국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by Sophi Perich


2011년 8월, 갓 대학을 졸업한 신랑은 당시 사귀고 있던 한국인 여자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22살의 어린 나이에 타국으로 이사를 올 만큼 여자친구를 좋아했지만, 문화 차이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그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여자와 헤어졌다고 도망치듯 쪼르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오기로 버텼다고 했다.

"그냥, 한 번 견뎌 보고 싶었어. 내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고, 그 정도도 못 버티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었고."

여느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그렇듯, 신랑도 매주 주말마다 술을 마시고 클럽을 놀러 다니며 시간을 허비했다. 미네소타의 시골에서 갑자기 휘황찬란한 서울로 왔으니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2년 넘게 유흥문화에 빠져 살다가 어느 순간, 그 모든 것들이 갑자기 지겨워졌다고 했다.

"주말마다 술 마시고, 클럽 가서 춤추고, 여자도 만나고, 재미있었지.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게 지겨워지는 거야. 술을 너무 마셔서 건강도 나빠지고 살도 많이 빠진 데다가, 피부도 엉망으로 뒤집어져서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었어. 외향이 일그러지니까 자존감도 너무 떨어지더라고. 그러다가 2014년 새해에 아빠랑 통화를 하다가 새해 다짐으로 둘이서 같이 술을 끊어보기로 했어. 미국과 한국이라는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지만, 양심적으로 거짓말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둘이서 금주를 시작한 거지."

그 후, 신랑은 완전히 술을 끊었고 운동을 시작했다.

2014년 9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신랑은 9개월째 금주 상태였고 일주일에 4일, 꼬박꼬박 운동을 하고 있었다. 바른생활 사나이의 표본으로 살던 남자는 지금까지도 일체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으며,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 술을 완전히 끊어 버린 것도 대단하지만 일주일에 네 번,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가는 그 성실함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렸을 때부터 늘 마른 몸이었었거든.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도 안 찌고, 운동을 한다고 해도 근육도 잘 붙지도 않았고."

그랬던 신랑이 지금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가 되었다.

나도 운동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신랑에 비할 바는 못된다. 식습관도 마찬가지. 나는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한다, 뭔가가 계속 생각나고, 먹고 싶다는 건 내 몸이 그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는 반면, 신랑은 대부분 정해진 식단으로 식사를 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양을 저울로 달아서 식사를 준비하고, 단백질 셰이크와 과일 같은 것도 꼼꼼하게 따져서 식단에 포함시킨다. 지금은 많이 유연해져 삼겹살도 먹고 가뭄에 콩이 나듯 한 번씩 라면도 먹는 신랑이지만,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1년, 365일을 간도 잘 안된 닭 가슴살만 먹었었다. 어떻게 저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했으니 말랐던 몸에 근육이 붙을 수밖에.

그런 신랑의 의지와 노력, 꾸준함과 성실함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고, 지금도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가 대단하다 싶을 때가 많다.

"이제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지 잘 알아. 술은 앞으로도 마실 생각 없고, 운동은 내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당연한 삶의 일부분이 되었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로 자존감도 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누구나 크든 작든, 내면의 열등감이 존재한다. 남들과 나의 삶을 비교하고, 나의 몸을 비교하고, 나의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지위를 비교한다. 비교와 경쟁이 없는 세상에서 산다면 좋겠지만 그런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으니, 내 내면의 열등감을 어떻게 다독여 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신랑은 운동과 식단 관리로 건강해진 몸을 통해 자존감을 높였고, 나 같은 경우는 독서와 운동으로 자존감을 높였다. 그렇게 자신의 자존감을 끌어올리려 노력할 때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는 피드백이다.

"내 팔뚝 좀 봐. 좀 더 커진 것 같지 않아? 지난주보다 5 Kg을 더 들어 올렸거든. 어때?"

종종 신랑은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며 나에게 묻곤 한다. 며칠 전에도 물어본 것 같은데... 그 며칠 사이에 더 커진 건가?

"네가 나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하면 어때? 훨씬 더 커졌지?"

매일 보는 신랑의 팔뚝이 지난주 보다 더 커졌는지, 아니면 처음 만났던 9년 전보다 더 굵어졌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안 보다가 오랜만에 만났다면 금세 알아차리겠지만, 그게 아니니 차이를 판별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도 신랑은 계속해서 나에게 물어본다.

솔직함과 정직함으로 무장한 나는 처음엔 이렇게 대답했었다.

"흠... 매일 보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작은 일에도 늘 칭찬을 받으며 커온 신랑에겐 청천벽력 같은 대답이었을 것이다.

"잘 모르겠어도 그냥 더 커진 것 같다고, 더 멋있어졌다고 말해주지... 그게 그렇게 어렵냐?"

그제야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내가 훨씬 커졌다고, 처음 만났을 때 보다 훨씬 더 멋있어졌다고 말해주자, 이 단순한 남자는 또 그게 좋다고 헤벌쭉.

"네가 칭찬 안 해주면 누가 해줘? 내가 이렇게 운동하는 이유가 너한테 잘 보이고 싶고, 더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하는 건데. 빈말이라도 칭찬 좀 자주 해줘."

그리곤 나를 떠보듯 이렇게 물었다.

"아니면, 다른 여자한테 들어?"

실눈을 뜨고 흘겨보는 나를 보고 신랑은 재미있다고 웃었다.

쉬는 날, 진득하게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해 준 신랑이, 오늘은 헬스장에서 몇 킬로를 들어 올렸는지 자랑한다. 내가 대단하다고 엄청 멋있다고 말해주자, 신이 난 그가 학교에서 친 모의시험에서 A를 받았다고 또 자랑을 한다. 다른 부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의 대화는, 초등학생들도 이것보다 성숙한 대화를 하겠다 싶을 정도로 유치한 것들이 많다.

우리는 모두 내면의 아이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나이가 이만큼 먹었으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의 본질은 여전히 아이처럼 사랑받고 싶어 하고, 칭찬받고 싶어 하고, 주목받기를 원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신랑과 나의 대화 방법이 나름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주, 외식을 한다고 오랜만에 드레스를 꺼내 입은 내게, 신랑은 드레스가 내게 너무 잘 어울린다고, 내가 너무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입술에 바른 립스틱 때문에 얼굴이 화사해 보인다고도 말해주었다. 정말 별거 아닌데, 신랑의 칭찬 한마디에 이 드레스가 나한테 정말 잘 어울리나? 나 오늘 좀 예쁜가? 내 얼굴이 오늘따라 좀 화사해 보이나? 하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당신은 어떠한가? 나처럼 칭찬에 인색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족인 나의 배우자, 혹은 연인과 부모님, 아이들에게 당신은 어떤 칭찬을 하며 살아가는가?

신랑의 넥타이가 신랑에게 잘 어울린다고, 아내의 드레스가 예쁘다고 말해본 것이 언제인지 자문해 보자. 엄마가 만든 음식이 이 세상 그 어느 요리보다, 백종원 선생님의 요리보다 맛있다며 과장스러운 칭찬을 해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칭찬을 해준 적이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칭찬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당신 스스로에게 더 많은 칭찬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을 최고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바로 당신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내가 신랑에게 배운 두 번째가 바로 칭찬이다.



도서 구입: 종이책 & 전자책 종이책은 빠른 배송이라 웹사이트에 보이는 것보다 빨리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당일배송 또는 1 ~ 3일 이내로 바로 발송됩니다.)

이전 02화네가 표현하지 않는데 네가 날 사랑하는지 어떻게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