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부부로 살아온 우리는 아직 아이가 없다.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딱히 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갖지 않겠다고 정한 것도 아니다. 이민을 와서 정착을 하고 미국 직장에서 적응하느라 이래저래 바쁘게 살아오다 보니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마흔이란 나이를 목전에 둔 작년 겨울, 신랑에게 진지하게 물었었다.
"자기야, 우리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아이를 갖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이를 지금 당장 갖고 싶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자기 생각이 궁금해서." "나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글쎄... 자기가 아이를 갖고 싶다면 나도 반대하는 건 아니야. 근데 자기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이 없이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다행히 신랑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아이를 갖고 싶다면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신랑이 졸업할 때까지 앞으로 1-2년은 더 임신을 미뤄야 할 것이다. 올해 내가 마흔이 되었으니 42살, 43살에 초산을 하게 된다는 뜻인데... 글쎄... 잘 모르겠다.
둘이서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은데 굳이 아이까지 낳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 지금은 더 크다. 미성숙하고 철이 없는 내가 하나의 생명을 잘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 혹시나 나 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를 나처럼 평생 가슴에 품고 살게 되면 어쩌나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데도 엄청난 책임감이 드는데 사람을 키우는 데는 얼마나 막중한 책임이 따를까.
아이를 키우게 되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재정적 부담을 생각하면 그냥 이렇게 살자 싶다가도, 신랑과 나를 닮은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예쁘고 귀여울까 궁금하기도 하고,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해서 갖고 싶기도 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줏대 없이 갈팡질팡하는 것이 요즘의 나다.
이런 고민이 가능한 것도 내가 신랑과 가족이란 이름으로, 부부라는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너무도 다른 우리가 독특한 이유와 상황으로 만나 부부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 신랑과 나는 너무도 다른 가정환경에서 살아왔다.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학교와 직장을 편도로 한 시간 넘게 걸어 다녔던 나와는 달리, 신랑은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포르셰를 받았었다. 손바닥만 한 자취방을 전전하며 살아온 나와는 달리, 신랑은 실내에 수영장이 있는, 3층짜리 으리으리한 성 같은 집에서 살았었다. 가족여행 따위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나와는 달리, 신랑은 새 시아버지가 소유한 경비행기를 타고 미국 전역을 여행했으며, 가족여행으로 유럽과 하와이, 남아메리카 등을 다녔었다. 외동으로 외롭게 자라온 나와는 달리, 신랑은 6명의 남매와 백 명 가까운 사촌들과 어울리며 자랐었다. 너무도 다른 성장환경에서 자라온 신랑과 나, 미국인과 한국인, 국적도 다른 우리, 정확히 5년 9개월이라는 나이 차이도 있는 신랑과 나는, 언뜻 보기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가난에 찌들어 열등감이 가득했던 내가 이 사람을 만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언인지를 배웠고 또 배워가고 있다. 문화 차이와 세대 차이, 언어의 장벽까지 무너뜨릴 정도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가족의 정의;
가족은 혈연·인연·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을 가리키는 가족학 용어로서, 친족 집단을 말한다.
-지식백과
이 책의 서두에 썼던 가족의 정의이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포함된 다양한 사람들의 집단, 나의 배우자 혹은 파트너,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동성이든 이성이든, 내가 낳은 아이든 입양을 한 아이든, 싱글맘과 싱글대디, 조손가정까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면 그것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시댁은 나의 친정이 되었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었다. 신랑의 남매들은 나의 남매들이 되었고, 신랑이 쓰는 언어와 문화는 나의 언어와 문화가 되었다. 신랑도 마찬가지. 나의 친척들이 신랑의 친척들이 되었고,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가 신랑에겐 언젠가는 꼭 배우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 서로를 알아가고 있고, 서로를 위해 배우고 있다. 함께 성장하며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신랑과 결혼 후 배운 열 번째가 바로 가족의 소중함이다. 또한, 신랑과 닮은 아이를 낳아 가족을 확장하고 싶다는 작은 희망이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지, 없어본 사람이라 너무도 잘 아는 그 소중함을 알게 해 준 신랑과 시댁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도 당신이 속한, 혹은 앞으로 속하게 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길,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