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노인에게 필요한 건 근력이 아니라 OO

균형 • 감각 • 안전감에 대하여

by Sophia J

노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거의 자동으로 한 가지 말을 꺼낸다.

"근력이 떨어져서 그래."

조금만 몸이 불편해도 사람들은 이렇게 덧붙인다.

"운동해야 해."

"근육을 키워야지."

근력은 노화와 관련된, 가장 익숙한 설명이다. 그래서 노화를 이해하려 할 때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근력부터 떠올린다.


다시 말하지만, 물론, 근력은 중요하다. 근육은 몸을 움직이게 하고, 관절을 지지하고, 일상을 유지하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화된 몸에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이 항상 근력인 것은 아니다 앞선 글에서, 나는 노화된 몸이 다른 전략을 선택하기 시작한다고 썼다. 그 전략 변화는 대개 힘이 사라지는 순간보다 감각이 달라지는 순간에 먼저 나타난다. 예전보다 몸의 중심을 더 의식하게 되고, 발을 디딜 때 바닥을 한 번 더 느끼게 되고, 움직임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의 계산이 생긴다. 이 변화는 근육이 갑자기 약해져서가 아니라, 몸이 안전과 균형을 더 우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화된 몸은 힘을 쓰기 전에 먼저 넘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계산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변화를 쉽게 근력의 문제로 해석한다. 왜냐하면 근력은 눈에 보이고 측정할 수 있고 훈련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반면, 균형이나 감각은 측정하기 어려운데다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노화된 몸의 변화는 대부분 근력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되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몸의 움직임을 지탱하는 것은 근력만이 아니다, 몸은 여러 감각을 함께 사용해 균형을 유지한다. 발바닥의 감각, 관절이 느끼는 위치, 몸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감각. 이 모든 정보가 순간적으로 합쳐져 우리는 넘어지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노화는 이 감각들 중 어느 하나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이 정보들이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율되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노화된 몸은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확인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느려 보이기도 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운동은 몸을 돕기보다, 몸을 재촉하는 일이 된다. 몸이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은 힘을 더 내는 일이 아니라,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감각인데, 우리는 그 감각을 건너뛰고, 곧바로 근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노화된 몸에게 중요한 것은, 근력을 키우는 것 이전에 몸이 다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험이다. 발을 디딜 때, 몸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감각,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알 수 있다는 감각, 움직여도 괜찮다는 신뢰. 이 감각이 돌아올 때, 몸은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한다. 그래서 노화된 몸의 운동은 근력을 키우기 전에, 균형과 감각을 회복하는 경험에서 시작되는 편이 좋다. 몸이 자기 중심을 다시 믿게 될 떄, 근력은 그 위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한다. 노화는 힘이 사라지는 과정이 아니라, 몸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의 맨 앞에는 종종 힘이 아니라 안전이 놓여 있다.


다음 글에서는 노인 운동이 왜 늘 어렵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문제는 동작이 어려워석 아니라, 우리가 노화된 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운동을 설계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이 글은 '노화와 몸,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삶'을 주제로 한 연재의 일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7. 몸은 언제부터 말을 걸어오기 시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