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 닭에 이어 1인 1 빙수가 되었다.
엄마 빙수가 왜 작아졌어요?
모자랄 것 같은데
아들들의 말에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내 눈엔 그다지 작아 보이지 않았다. 그릇이 작아졌나 살펴보아도 그대로다. 점심을 두둑이 먹어서 그런지 오히려 많아 보였다. 쌍둥이 아들들은 부지런히 먹기 시작했다. 역시 모자랐다. 아쉽게 숟가락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작년 이맘때와 같은 기분을 느꼈다.
엄마 치킨이 왜 작아졌어요?
부족할 것 같은데
늘 같은 집에서 배달했는데 아이들은 닭이 작아졌다고 했다. 그날 이후 1인 1 닭이 되었다. 1+1 세트를 각자 한 세트씩 먹기도 했다. 그쯤부터 셋이 먹으려고 라면 3개 끊이면 아이 둘이 다 먹었다. 둘이 라면 세 개, 둘이 김밥 3줄, 각자 삼각김밥 2개씩 먹다니 놀라웠다.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며 흐뭇하고 놀라는 경험은 자주 있었다.
작년에 접어 입혔던 바지가
올해 딱 맞을 때
2년은 입을 것이라 예상하고 산
겨울 외투가 1년 후 작아질 때
자전거 사이즈 키울 때
엄마랑 운동화 사이즈가 같아질 때
아동복 브랜드가 작아질 때
그중 최근 놀라고 있는 지점은 1인 1 닭, 2인 라면 3봉, 2인 3 메뉴 주문 등이다. 곧 1인 1 빙수의 때가 다가오는 걸 직감했다. 그런데 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아이 둘이 라면 세 봉을 먹기 시작했을 때 엄마의 배고픔에는 관심이 없었다. 엄마도 함께 라면을 먹으려고 세 개를 끊인 줄 몰랐다. 그저 자기들만 배불리 먹었다. 1인 1 닭일 때는 치킨을 먹다가 남편과 내가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아야 했다. 아이들이 남기면 먹으려고. 이때도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위해 수저를 내려놓았는지 모르고 먹는 것에 집중했다.
지금은 엄마 아빠와 함께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기들만 먹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먹는 양으로만 빙수가 모자란 것이 아닌 가족이 함께 먹을 때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흐뭇하고 놀라운 순간이다. 부모의 배고픔과 먹고 싶은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엄마 맛있어요?
많이 드세요
아빠 이것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나와 남편이 그동안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아이들이 하고 있다. 잘 먹는 것을 보아도 흐뭇한데 부모의 배고픔과 입맛을 헤아리고 먹으니 흐뭇함을 넘어 뭉클하다. 주어진 음식을 '먹기만 하는 아이들'이 아닌 '함께 나누며 먹는 아이들'로 컸다는 것에 감사하다.
1인 1 빙수여도 괜찮아
함께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