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혜 Nov 28. 2023

워킹맘의 현실

워킹맘의 마음

빠른 등원을 도와주었던 씽씽이 



엄마 엄마 
oo네 엄마는 회사에 안 다닌데요.
회사에 안다는 엄마도 있나 봐요.



여섯 살 때 어린이집 하원 후 집에 와서 아들이 한 말이다. 아들은 회사에 안 다니는 엄마가 있다는 것을 신기하고 낯설어했다. 다른 엄마들과의 비교 개념이 6세에 생긴듯 했다.


아들 쌍둥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풀타임으로 회사에 다니는 엄마가 되었다. 등원시키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하원하는 루틴은 기계처럼 척척 진행되었다. 6시 30분-7시에 일어나서 7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준비하여 8시 20분에 시동을 켠다. 40분에 등원을 마치고 출근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나가니 신호등까지도 외웠다. 매일 그 시간에 좌회전 신호를 받고, 매일 그 시간에 어린이집 주차장 입구 안전바가 올라갔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스스로 먹고, 스스로 입고, 스스로 양치하는 등원 준비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나 역시 같이 먹고, 같이 입고, 같이 양치를 하며 출근준비를 했다. 머리는 저녁에 감고, 화장은 차에서 했다. 월-금까지 착착 돌아가는 루틴이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가끔 브레이크가 걸릴 때가 있다.


바로 아이들이 아플 때다. 언젠가 금요일 하원 길에 한 녀석이 열감이 있었다. 해열제를 먹이려다가 소아과를 갔다. 독감이었다. 당시 독감이면 타미플루를 처방받고 5일간 등원을 못했다. 금 토 일은 주말이라 괜찮고 월요일은 내가 월차를, 화요일은 친정 엄마께 부탁을 드렸다. 그때 워킹맘이 되기 전엔 상상도 못 했던 마음이 들었다.  


 아플 거면
가급적 주말에 아퍼라

법정 전염병이라면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하자

둘이 돌아가면서
독감 걸리지 말고
같이 걸려라 




주말에 아파야 엄마 아빠가 간호해 주고, 할머니께 죄송한 부탁을 안 할 수 있었다. 수족구, 아구창, 독감 같이 5일간 등원을 못 할 법정 전염병이라면 금요일부터 시작하길 바랐다. 월요일부터 시작하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면서 비상이다. 더 비상은 한 녀석이 독감에 걸리고 나을 때쯤 이어서 다른 녀석이 시작하는 경우다. 아픈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 금요일부터 시작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또, 등원 루틴에 브레이가 걸릴 때가 있다. 엄마 아빠가 너무 바빠 조금 이른 등원, 조금 늦은 하원을 2-3주 하면 슬슬 문제가 생긴다.  아침에 척척척 준비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초과 근무를 하면서 힘에 부치는 것이다. 뻔히 알지만 재촉하고 서둘러 등원을 시키고  출근한다. 마음이 안 좋지만 어쩔 수 없었다. 퇴근하고 조금이라도 일찍 하원하기 위해 운전이 난폭해지기도 했다. 경험상 이런 식의 초과근무로 어린이집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들이 곧 아파진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아파야 쉴 수 있다는 것을 아이도 무의식적으로 아는 듯하다. 



조금만 버텨줘
이번주까지만 버티면 돼
다음 주부턴 평소 루틴으로
 돌아갈 수 있어



이른 등원 늦은 하원으로 지쳐있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이 아닌 버텨달라는 바람,  제발 이번주까지는 아프지 말아 달라는 바람을 하고 있었다. 역시 워킹맘이 되기 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아이들이 4학년이 되었다. 이젠 감기로 아프면 집에서 쉬라고 하고 밥과 약을 챙겨두고 출근한다. 바쁘면 조금 양해를 구하고 늬들끼리 저녁을 먹으라고 시켜준다. 



고맙고 짠하고
고맙고 짠하고
......


어느덧 엄마의 일과 바쁨을 이해해 주기도 하고, 바쁜 거 지나면 주말에 같이 데이트할 수 있냐고 요청하기도 한다. 워킹맘과 아이들로 손 발을 맞추고, 조율하며 조화를 이루어 가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빠는 더 일찍 나가고 더 늦게 들어오는 바쁜 삶을 살기에 엄마가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보게 된다. 나 역시 몇 번의 고민의 시기가 있었다. 일 하며 아이를 기르려면 아빠 엄마들의 일터가 부모의 삶을 배려하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선거공약이나 새해 정책들을 볼 때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아이를 돌봐준다는 정책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부모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워킹맘은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일찍 퇴근시켜 주면 되는데...아이가 아플 때 눈치 없이 쉴 수 있거나 대체 일력이 있으면 되는데... 



아이가 주말에 아팠으면하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을 하지 않게 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