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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Dec 19. 2022

어머니와 첫 단둘 여행 2

'호이안 앰 갤러리 호텔, 올드타운'


새날이 밝았다.

좋은 침구와 적정 온도, 그리고 오붓하게 어머니와 잠자리에 들어 오붓한 대화도 많이 나누었던 만큼 상쾌하게 눈이 떠졌다. 

밤새 비가 내렸던 건지 밖은 물기로 촉촉했지만 마음은 이미 조식을 향해 뛰고 있었다.

방콕 수코타이 호텔만큼 멋진 조식이 기다리고 있을까란 기대감에 서둘러 조식당으로 향했고, 그 결과 규모면에선 뒤지지만 이 호텔엔 뷔페 외 메인 코스를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 결과 어머니와 나는 각각 소고기 스테이크와 연어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이른 아침부터~ ㅎ  



식사를 마치고 해변가로 나가보았는데 바람이 너무 세 중심을 잡고 가만히 서 있기도 버거웠다. 그래서 서둘러 룸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쉬시게 했다.  



어제만 같아도 수영을 했는데 도저히 오늘은 불가능해 보여 나 또한 잠시 휴식을 취했고, 체크아웃 시간(어머니 낮잠 주무시게 한 시간 연장을 미리 부탁)에 맞춰 로비로 나갔다. 


친절한 지현 씨에게 짐을 맡기고 예약된 스파를 받기 위해 스파 장소로 이동, 어머니와 어제처럼 한 방에서 이번엔 '히말라얀 핫스톤'마사지 50분에, 얼굴 트리트먼트 50분 서비스를 받았다. 

그리고 파우더룸에서 화장을 마친 우린 퓨전 마이아 리조트 셔틀버스를 타고 오늘과 내일 묵게 될 호이안으로 이동. 

물론 그전에 지현 씨와의 헤어짐이 많이 아쉽기도 했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을 기억하며 고마움에 대한 인사도 듬뿍 했다. 


어찌 보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베트남에서의 여행이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 예를 들어 사람들 북적이는 길에서 휠체어를 밀면서 동시에 길도 찾아야 하는 다소 고생스럽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여행 말이다. 


그렇게 해서 우린 '미스 리'레스토랑에 도착했고, 약간의 매연을 벗해 한국인들에게 특히 유명하다는 미스 리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라 볼 수 있는 환탄과 화이트 로즈, 그리고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모닝글로리 볶음 이렇게 세 가지를 맛보았다. 그런데 문제라면 문제는 길가 옆에 마련된 식탁에서 음식 맛을 봐야 한다는 그것!  



밥도 먹었겠다, 이제는 호텔로 가는 일만 남았는데 원래 계획한 대로라면 슬슬 산보 삼아 가는 것이었지만 짐까지 운반하면서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이참에 그랩이라는 걸 이용해볼까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그랩이 작동하지 않았고, 그 결과 주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를 이용하게 됐다. 70000만 동이란 가격을 지불하기로 하고 말이다. 


약간의 의심을 품고 조심스러운 맘으로 택시에 올랐지만 결론적으론 아주 자알 호텔에 도착했고, 호텔 도어맨들의 훌륭한 서비스 덕에 어머니 휠체어도 잘 운반되어 호텔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었다. 

룸을 배정받고 퓨전 마이아처럼 그런 에스코트는 받지 못했지만 아담한 방에 만족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어머니와 난 또 호이안 올드타운 탐험에 나섰다.  



그리고 여기저기 한국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그곳에서 맛난 길거리 음식도 사 먹으며, 이런저런 가게도 구경하며, 어머니께선 추억 돋는 개구리 구이까지 맛보시고, 유명하다는 '호이안 로스터리' 커피까지 음미하다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와 드는 생각, 어머니와 함께가 아니라면 과연 내가 이곳을 즐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저기 한국말로 시끄럽고, 북적이고, 관광인프라도 잘 구비돼 있지 않고, 오로지 다소 저렴한 음식으로만 승부하는 이곳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또 따라 드는 생각, 한국은 이에 비해 도로가 훨씬 정비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관광인프라가 잘 구비돼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관광객들 편의와 위주의 시선에서 봤을 때 그만한 메릿이 많을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어쩜 휠체어 타신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해 이 도시의 매력이 제대로 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얼핏 들긴 했다. 


여행은 확실히 누구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고, 다른 건 몰라도 어머니와 단둘이 오붓하게 하는 여행 결정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 자신 즐기는 건 다음 기회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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