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노마드 Apr 21. 2023

인간성에 대해 깊이 숙고하게 만드는 영화

'K-Pax'

오래전 감상했던 영화 중 유난히 기억나는 영화가 몇 있다. 

이 영화도 그 중 하나인데, 이유는 내가 고국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첫째 녀석이 추천해 줬기 때문인 게 첫 번째 이유이긴 하지만, 당시만 해도(그 후 그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뉴스가 보도돼 많이 실망했다.ㅠ.ㅠ) 이 영화에서 주인공 프롯 역을 맡은 케빈 스페이시를 참 좋아했었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를 처음 본 건 영화 “세븐”에서였는데, 그때 난 그의 섬찟하면서도 능글맞은 연기를 보면서 잭 니콜슨 계열(?)을 잇는 또 하나의 스타 탄생을 예감했었고, 그의 연기력은 그 후 영화 “유주얼 서스펙츠”에서 완전히 물 올랐다가, 드디어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결국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여겨져 그 후부터는 그가 나오는 영화는 별 망설임 없이 그냥 선택,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를 보면 뭐랄까, 그의 선량한 눈빛에서 우리 인간의 근원적인 서글픔과 연민을 떠올리게 되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러한 외적인 분위기에 반하는 내적인 광기가 감지돼 다소 야릇한 감상에 휩싸이게 됐던 게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나의 감상은 그가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에서 받은 나의 느낌이 충격적이랄까 혹은 무척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그에게서는 뭔지 모를 불협화음의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표현하면 얼추 내 느낌과 비슷한 묘사가 되려나?  

그리고 그런 내 느낌은 이 영화를 감상한 한참 뒤 사실로 입증(?)되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 영화 속 인물인 프롯 역에 그만큼 딱 맞는 인물이 있을까 싶었던 게 내 느낌이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프롯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지만 그의 선한 눈빛과 순진무구한 표정, 그리고 타인을 진정 배려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그의 선량함에 나도 모르게 순수한 감동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가 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일은 그가 그렇게나 잔혹하게 자신의 가족을 잃고 나서도 어떻게 본래의 인간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었던 건지, 또 자기만큼 아픈 이들은 물론 정신병 환자들을 돌보는 정신과 의사인 마크에게까지 자신의 선량함을 전파할 수 있었던 건지 그와 같은 장면이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기억을 잃고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히거나 또 다른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그만큼 세상과 타협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부족한 이들이겠지만 이런 그들을 그저 의지 박약한 자들로 치부하는 것은 결코 옳은 생각이 아니라는 게 내 사적인 견해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슬픈 과거를 송두리째 지우고 싶었던 한 가장의 고통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됨을 느끼면서 그런 그가 끝까지 숭고하게, 때론 유쾌하고도 긍정적으로 자신의 아픔을 껴안은 것은 물론, 자기 주변인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에게 그가 던져주는 희망을 보면서 우리네 삶이란 바로 이와 같은 것이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대개 기쁨보단 고통이나 어려움이 더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빡빡한 현실에서 바로 이렇게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자처하는 이가 있음으로 서로에게 위안과 위로가 되고, 이렇게 서로 나눌 수 있는 걸 나누

는 게 바로 우리들이 꿈꿔야 할 일이 아닐까 라는.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의 숭고한 인간성을 되찾게 되지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을 해봤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영화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단지 영화에서 보이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과연 우리들의 인간성이란 무엇이고, 본래의 순수한 인간성이라는 게 존재하는 게 맞다면 과연 그러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조용히 묵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 영화는 실로 참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가 분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넷플릭스 드라마 '퀸메이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