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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un 01. 2023

뭔가 색다른 느낌이 줄곧 매력으로 다가오는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


영화를 보는 재미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영화만의 매력 때문인데 며칠 전 다시 감상하게 된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은 분명 로맨틱하고 파괴적이고 환상적이고 가벼운 흥분을 주는 대개의 영화 공식(?)에서 다소 벗어나 보이는 의외성을 지닌 영화가 분명하다. 


아주 기막히게 개성 강한 인물들로 이루어진 '재미난 가족'(좋게 말해서 이렇고, 실은 콩가루집안이라는 게 더 맞는 말일 듯^^)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유별난(하긴 집집을 들여다보면 다소 별나거나 괴팍해 보이는 인물들이 꼭 한 둘씩 끼여 있긴 하지만) 가족 중에서 그나마 평범해 보이는 막내딸 올리브의 '리틀 미스 선샤인' 출전을 놓고 나머지 가족(마약 하는 할아버지, 세상엔 승리자와 패배자 딱 두 종류 밖에 없다고 여기는 아버지, 자살 시도로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막 퇴원한 천재 외삼촌, 사춘기의 방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오빠, 그런 가족 간 완충 역할을 하는 엄마)들이 벌이는 설왕설래, 그러다 결국 막내의 청을 받아들여 온 가족이 함께 LA로 떠나기로 결론을 내리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본격적인 로드무비의 시작을 알린다. 


이 별난 가족은 세상의 모든 가족들에게서 발견되는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드라마틱한 사고, 사건까지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겪으며 서로를 원망하다가, 협동하다가, 마침내는 한 사람을 잃어버리기까지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건 결국 가족 간의 화애와 사랑, 따뜻함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보여준다. 


세상엔 승리자와 패배자 두 종류의 인간 밖에 없다는 아버지의 생각이 확실히 틀린 거란 걸 보여주는 게 바로 이 영화에 시종 흐르는 '주제'라는 게 내 개인적 소견인데, 나 역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흥미롭게도 이 영화의 감독은 조나단 데이톤, 발레리 페리스라는 부부이고, 극작가는 마이클 안트인데 그는 처녀작으로 아카데미 극본상을 거머쥐었다)의 그 사상에 백 프로 동감이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승리자, 아님 패배자 두 가지에만 속하게 만들어진 단순한 존재란 말인가?  

승리자로 보였던 사람이 어느 순간 한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패배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늘 패배자였던 사람이 어느새(순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물밑 작업이란 게 있었던 건 당연하겠고!) 승리자의 환호를 내 지르기도 하는 게 인생사인 것을... 


이렇듯 우리 인생은 늘 예측 불허에다 의외성을 가지고 우리들을 가지고 노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그래도 우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를 졸지에 구름을 타게 만들기도 하고 또 그 구름 위에서 가차 없이 끌어내리기도 한다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승리자와 패배자 사이엔 그래서 '노력하는 자'가 있고, 결과에 상관없이 의미 있는 인생을 꾸려갈 수도 있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고 믿기도 한다.


이 영화가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또 하나의 성찰은 바로 '세상의 잣대란 게 뭐 그리 대순가?'라는 명제다.  

우리에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의 의지대로 살 권리가 있고, 때론 대담하고 용감하게 우리의 주관을 드러낼 필요도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거대한 벽에 맞서 가족을 지킬 의무도 있다.  


바로 이 영화는 세상의 통념을 과감하게 비웃으며 그걸 뛰어넘는 가족 간의 사랑을 때론 웃음으로, 때론 진한 감동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최선이 최고를 넘어설 수도 있고 그게 바로 우리들이 알아야 할 '삶의 연금술'이란 걸 가르쳐 준 아주 고마운 영화라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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