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에라 마야’
예전에는 멕시코 하면 칸쿤 아니면 아카풀코가 대세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리비에라 마야라는 곳이 대세로 등극했다고 해서 올 겨울 휴가는 그곳에서 보내기로 남편과 맘을 맞췄다.
어느 겨울날, 우린 회색과 흰색의 눈더미를 뒤로 하고 룰루랄라 하면서 멕시코로 향했다.
사실 멕시코라는 나라에 발을 디딘 게 처음은 아닌데 얼마 전 어머니, 동생과 크루즈 여행을 했을 때 잠깐 멕시코의 코주멜이라는 섬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워낙 짧은 시간이기도 했고,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상대로 험하게(?) 장사하는 그들을 봐서 멕시코인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주로 호텔에서 편하게 휴식하며 얼마의 돈을 내고 뭘 먹는 게 좋을까 내지 여러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다 배제한 ‘올인클루시브’ 여행이므로 바가지를 쓸 염려도 없고, 말 그대로 진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기만 하면 되는 여행이라 그때에 비하면 한결 편안한 심정이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올인클루시브’ 여행 중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여행이므로 시작 전 기대감이 엄청 높았던 게 사실이었고 말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기대감은 절대 지나친 게 아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 최고의 여행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거의 모든 면에서 환상적인 일정과 분위기는 물론 엄청난 호사에 입에 착착 달라붙는 기가 막힌 음식들로 일주일 간 여왕 못지않게 호강을 하고 돌아왔으니….
이번 여행은 다른 그 어느 때보다 이른 비행기 스케줄에 맞춰 새벽 2시에 기상해, 새벽 3시에 택시를 불러 타고 비행장으로 향했다.
캐나다 비행기인 에어 트란젯에서 운영하는 여행 패키지를 이용해 호텔은 럭셔리 주니어 스위트 로열 서비스, 그리고 비행기는 옵티마 플러스라는 서비스를 받았는데 비행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호텔만큼은 최고의 서비스를 받았다.
예를 들어 우리를 전담하는 버틀러가 있었고, 하루에 두 번씩 룸을 청소정리해 주고, 가고자 하는 레스토랑은 말만 하면 알아서 다 예약을 해줬다.
거기에 더해 로열 서비스 고객만을 위한 전용 수영장에, 전용 레스토랑, 그리고 전용 라운지까지 여러 면에서 극진한 서비스를 받았다.
사실 이런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첨엔 얼떨떨하긴 했지만, 그래도 워낙 적응능력이 뛰어나(^^) 곧 정신을 차리고 맘껏 서비스를 누렸다는 다행스러운 소식을 전하면서 지금부터 하나하나 깨알같이 일주일의 여정을 소개할까 한다.
우선 멕시코 칸쿤 비행장에 도착하면 에어트란젯 에이전트가 나와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게 하는데, 큰 관광버스에는 우리 호텔뿐만 아니라 근처 다른 호텔 손님들 몇 명도 함께 타게 된다.
그리고 차례대로 두 서너 호텔에 들러 손님을 내려주는데, 이번 같은 경우 우리는 제일 마지막으로 호텔에 도착했다.
일단 호텔에 도착하면 로열 서비스 전용 카운터에 가서 체크인을 수속하게 되는데, 그동안 우리 짐은 이미 호텔방에 도착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손목에 로열 서비스 고객이라는 증명이 되는 일종의 신분증 팔찌를 껴고 호텔방으로 향하면 되었다.
그다음은 다 아시다시피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호텔 순례에 나서면 된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눈도장을 찍어놓고 레스토랑 위치도 확인하면서 메뉴도 슬쩍슬쩍 눈팅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첫날이라 어디에서 식사를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첫날은 로열 서비스 전용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우선은 때가 때니만큼 점심부터 먹기로 하곤 일단 뷔페에서 간단하게 점심부터 해결한 다음, 해변가도 거닐다가, 소화도 시킬 겸 좀 더 호텔 이곳저곳을 꼼꼼히 둘러보다 방으로 돌아왔다.
그다음은 옷가지며 신발과 액세서리들을 비롯한 슈트케이스 정리정돈 시간을 가졌다.
동시에 일주일 동안 머무르면서 그날그날 입어야 할 의상이며 액세서리, 구두를 미리 구상했고, 대충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것도 머릿속에 계획 잡아둬야 했으며, 생각해야 할 거리들이 꽤 많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머리를 좀 굴리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식사할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가까운 로열 서비스 전용 레스토랑 ‘라파 라파’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기가 막힌 디저트까지 다 챙겨 먹은 다음 이번에는 낮의 분위기와는 현저하게 달라진 밤의 호텔 순례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그날 준비되어 있는 쇼를 관람하기 위해 야외에 마련된 무대로 향했는데, 늘 ‘올 인클루시브’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에도 낮보다는 밤이 되면 유난히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야행성 사람들, 즉 알코올 힘으로 기분을 업 시키는 사람들이 꽤 눈에 뜨였다.
물론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비상식적인 사람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지만, 분명 낮보다는 밤 문화에 더 익숙해 보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도 이런 휴가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첫날의 쇼는 멕시코 전통 주술 같은 걸 보여주는 쇼로 제목은 ‘히스패닉 전 시대 쇼’였다.
다 이해하기는 힘이 들지만 멕시코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보게 하는 게 왠지 하와이에서 구경했던 원주민쇼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토착민들의 의식이나 생활상은 비슷한 것인지 그러고 보면 우리의 옛 무당이나 박수가 몸사위를 벌이는 모습과도 많이 닮아 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우리의 무당이나 박수가 칼을 타면서 칼을 가지고 논다면 그들은 불을 가지고 노는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렇게 호텔에서의 첫날밤은 깊어갔고, 우리는 내일부터 제대로 된 로열 서비스를 더 잘 받으며 더 흡족한 휴가를 보내기 위한 궁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마치 왕과 왕비가 된 듯한 내일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