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클루시브' 맘껏 즐기기 요령
이제 바야흐로 리비에라 마야로 여행 온 지도 벌써 반이 지나가는 시점에 놓이게 된 다음 날.
남편과 나는 서로 표현은 안 하고 있지만 이 씁쓸한 기분은 뭐지? 하는 맘을 애써 감추며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건 만고 불변의 법칙.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콤하고 신나는 시간이 끝나가는 걸 의식하는 순간은 늘 불안초조해지니 말이다.
아무런 책임감 없이 그저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물론 세상의 많은 이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지라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그래서 오늘은 실제로 이런 즐거움을 지금 당장 누리지는 못할지라도 미래의 언젠가 이런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이와 같은 흐뭇한 일에 대비해 올인클루시브 여행을 좀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금 자세한 설명을 해볼까 한다.
먼저, 호텔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았는데 만약 그 방이 맘에 안 들 경우 방을 바꿔달라고 말할 권리가 고객에게는 있다는 걸 밝혀둔다.
단 이경우 방에 대한 선택권은 같은 가격대에 한해서 권리행사 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무조건 최고의 전망과 최고 시설의 룸을 원할 수는 없다는 걸 말함이고, 이건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혹시 해서 부연설명하는 것이다.
그다음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 안에서는 맘껏 나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 이런 여행을 좀 더 알차게 할 수 있는 요령인데, 예를 들어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로열 서비스라는 걸 택해 최대한의 서비스를 받았다.
물론 호텔에 따라 명칭과 서비스 내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명심해야 할 건 그런 서비스를 택했다면 맘껏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라는 것이다.
호텔 안에서 맘에 드는 레스토랑을 직접 예약할 필요 없이 예약을 부탁할 수도 있고, 늦잠을 자거나 굳이 아침을 위해 치장하고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을 땐 룸으로 아침식사 혹은 그 밖에 점심, 저녁식사까지도 주문할 수도 있고(이건 크루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혹시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은 세면도구나 뭔가가 있으면 그걸 요청할 수도 있다.
이쯤에서 이번 여행에서 옥에 티라고 이름 붙일만한 일 한 가지를 고백하자면 우리가 맨 첫날 우리를 맡은 버틀러에게 나름 거하다고 생각하는 팁을 건넸는데, 운이 나빴던 건지 아니면 우리가 건네준 팁이 그 버틀러
의 성에 차지 않아서였는지, 그것도 아님 단순히 그 버틀러가 기억력이 부족했었던 건지 아무튼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물론 기대 이하의 서비스를 받게 돼 그 부분에 있어서만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그는 대답은 넙죽넙죽 잘해놓고 저녁식사 레스토랑 예약에서부터 방에 우리가 선호하는 향수를 뿌려놓겠다는 약속이나 샴페인을 금방 가져다주겠다는 약속 등을 곧잘 잊거나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곤 해서 단순한 사고의 소유자인 우리 부부를 어이없게 만들곤 했다.
이런 문제는 최고의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고객의 심정이 되어 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 후 그에 합당한 사례를 받고자 해야 한다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임에도 그는 그런 서비스 정신과 행동이 많이 미숙해 우리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건 사실 그 한 사람에 대한 우리의 인식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넓게는 그 호텔에 대한 이미지와도 연결이 되기에 ‘주인’의 입장에서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나 안타까워할 문제지 싶다.
아무튼 그 문제는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고 계속 올인클루시브 여행 즐기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호텔 도착해 대충 짐을 정리하고 난 다음 누구나 호텔 시설과 풍광이 궁금해 호텔 순례에 나서겠지만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올인클루시브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그날그날의 여흥을 꼼꼼히 살피고 그에 따라 다른 스케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서 짧다면 짧은 1주일 혹은 열흘을 잘 보내기 위해 하루하루의 일정표를 얼마나 잘 짜내는가가 여행의 성공여부(? 너무 거창한 표현인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을 만큼 잘 짠 계획표는 여행 내내, 그 여행이 끝날 때까지 여행의 만족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 정해놓은 여흥 계획표에 따라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 현지여행을 계획한다든지 다른 계획을 잡는다면 좋아하는 프로를 놓치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여행을 와서도 우리는 사실 계획과 스케줄 관리라는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으니 어찌 보면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매일매일을 계획하고 관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숙명인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떠나는 그런(?) 곳에 가서만큼은 무계획적으로 그저 즐기기만 하겠다! 하시는 분이 혹 계시다면 굳이 그런 사고방식을 탓할 생각이 내겐 전혀 없다.
나중에 후회하거나 남들은 더 알차게 잘 놀았다던데~ 하는 배앓이만 없다면 그것 역시 훌륭한 휴식의 한 방편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나나 남편 같은 경우는 남들 즐기는 것만큼 우리도 즐기고 되도록이면 아쉬움이 없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라 이왕이면 꼼꼼하게 살펴서 최대의 결과를 얻고자 했다는 얘기를 하려 함이다.
그다음으로는 팁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는데, 리조트에서는 여유로운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태도를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웨이터나 웨이트리스, 메이드에게도 넓은 아량을 베푸는 게 이런 여행을 진정 즐길 줄 아는 참된 자세라 여겨진다.
사실 대부분의 남미나 카리브 연안 대부분의 리조트, 혹은 동남아시아의 리조트 역시 그 나라의 일반 사람들은 대단히 가난하다.
호텔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혜택 받은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월급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손님에게 팁을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그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는 부응해 주는 게 그런 곳을 찾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태도 혹은 좋은 소양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방을 매일 청소해 주는 메이드에게 하루에 1달러 정도, 식사 때마다 테이블에 팁을 1달러에서 때로는 정말 훌륭한 서비스를 하는 웨이터(주로는 격식을 차리고 먹는 저녁식사)에게는 좀 더 많은 팁을 건네는 게 이런 여행을 할 자격이 있는 관광객의 자세라 여겨져 좀 길게 내 사견을 늘어놓아 보았다.
자 이제 그럼 어쩜 가장 중요한 일일 수도 있는 먹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하는데, 지난번에도 말했다시피 이렇게 종일 뭔가를 먹을 수 있는 무제한 음식 제공 여행에서는 과식을 피하는 건 물론 가장 알차게 훌륭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 이 또한 계획적이 되어야 한다는 걸 빼놓을 수 없겠다.
식탐이 있든 혹은 미식가든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맘껏 공짜로 맛볼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실속을 차리면서도 과식을 피해 가며 잘 먹어주는 센스와
요령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지 싶다.
물론 음식의 유혹에 약한 우리 부부도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고, 특히 남편은 평소에 절제하는 음식을 휴가 중에는 열심히 즐기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가면서 우리 역시 요령도 생기고 절제력도 생겼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런 여행은 둘이 오붓하게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맘이 잘 맞는 가족이나 지인 한 두 커플과 함께 가면 더욱 신나고 재미있게 잘 지내다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다 와야지 하는 맘으로 떠나는 게 아니라면 그런 곳에서도 이왕이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흥도 배가 되고 만족도도 훨씬 올라가지 않을까란 생각을 남편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여러 번 해 봤기에 덧붙여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