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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Sep 19. 2023

소설 '할리페' 17

17화 <마법 전쟁 1>

무리 중 원숭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실 필욘 없습니다. 

이건 모두 사악한 왕비와 공모한 마녀의 짓이니까요. 

그들의 타깃이 된 게 시몬느님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로 인해 이런 일을 당하시는 것이니 저로서는 너무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시몬느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런데 그들의 말이나 행동으로 볼 때 그들 대부분은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어떻게 그들은 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걸까?

그때 원숭이가 말을 이었다.     


“이 숲에는 나쁜 정령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저희를 도와주는 정령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령들을 부리시는 정령사님도 계십니다.”     


정령사? 이 세상엔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무수한 비밀과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걸 그녀

는 다시금 인식했다.

전생을 기억하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사람, 말을 하는 동물들, 

그리고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거나 그걸 조종하는 정령사, 게다가 마녀까지~

자신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비밀의 문을 조금은 열었다고 여겼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했었다는 걸 시몬느는 깨달았다.

그때 다시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준 다람쥐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떻게 시몬느님을 알게 됐는지 궁금하시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정령사님께서 저흴 방문하셨어요. 바로 오늘 초저녁에요. 

그러니까 시몬느님께서 이 숲으로 들어오시고 나서 조금 후예요.”

“정령사님이요? 그분이 누구신데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죄송하지만요.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왕비가 마녀와 나쁜 짓을 꾸며 님을 해치려 할 거라면서 저에게 가서 님을 구해드리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님이 바로 우릴 생명의 위협에서 구해주신 분이란 것도 알려줬고요.

마녀의 위치와 님의 위치,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모든 걸 다 내다보시고 제게 일을 맡기신 거지요.”     

그제야 다람쥐가 갑자기 나타났던 게 이해됐다.

시몬느는 고개를 끄덕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군요.”

“이제 얼마 있지 않아 그 정령사님을 직접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네. 빨리 뵙고 싶네요.”     


기대에 찬 목소리로 시몬느가 대답했다.

잠시 후 다람쥐가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마녀가 다시 회오리를 일으켜 우리 동물들을 이렇게 해칠 거라는 건 알지 못했네요. 그 정령사님께서도요.”     


다람쥐의 이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다시 침울해졌다.

그때 원숭이가 다람쥐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실은 자네가 떠나고 정령사님께서 다시 오셔서 말씀해 주셨다네. 

마녀가 분명 쫓아와 시몬느님과 우릴 해하려고 할 테니 미리 준비하라고.”     


다람쥐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럼 부상당하거나 죽은 우리 동료들은 다 어떻게 된 거죠?”

“그들은 그냥 당한 척한 거야. 그러니 걱정 말게. 

여기 있는 우리 가족들도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진 않았지.”     


그제야 다람쥐와 그 밖에 그 소식을 처음 듣게 된 동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더불어 시몬느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때 동굴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서는 게 보였다.

동물들과 시몬느는 일제히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가 외쳤다.     


“정령사님이 오셨다!”     


시몬느와 동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바로 후작과 집사 알랭이었고, 

그곳에서 시몬느를 발견한 후작은 반갑고 상기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렇게 다시 재회한 시몬느를 후작은 세게 품에 안았다.

그들의 재회를 동물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시몬느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동안 후작은 그런 동물들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란 얼굴을 해 보였다.

그런 후작에게 알랭이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는 그때 동굴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불이다! 불이 났다!”     


모두 깜짝 놀라 동굴 밖으로 뛰어나갔다,

숲에선 거대한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여기저기 일고 있었고, 

동물들 또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엔 왕비가 마녀를 대동하고 호위무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후작과 시몬느를 매섭게 째려보고 있었다.

왕비의 호위무사들은 활과 할버드를 이용해 도망가는 동물들을 살육하기 시작했다.

알랭이 후작에게 긴박하게 외쳤다.     


“어서 시몬느님을 모시고 달아나십시오. 

이곳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어서요!”     


그의 외침에 후작이 말에 시몬느를 태우고 자신도 올라타려고 하던 그때 마녀가 후작에게 다가와 마법을 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겐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마녀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계속 마법을 이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왕비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알랭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마녀가 알랭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때를 이용해 후작이 시몬느를 먼저 말에 태우고 자신도 말에 올라타 달리기 시작했다.

왕비는 그 모든 상황을 냉혹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호위무사 중 몇 명에게 그들을 따르도록 명령했다.     


“놓치지 말도록!”     


그녀의 명령을 받은 한 무리의 호위무사들이 후작을 쫓았다. 

왕비는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두 손을 불끈 쥔 채 마녀와 알랭의 싸움을 계속 지켜봤다.

마녀와 알랭은 마법을 사용해 허공에 돌을 띄워 상대를 공격했다. 

또 물건의 모양을 바꿔가며 공격하는 방법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가했다. 

막상막하의 마법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동안 어느새 왕비는 느긋한 표정으로 바뀌어 즐기는 듯 그들의 싸움을 계속 지켜봤다.

그러다 마녀가 수세에 몰리자 왕비 주위에 있던 호위무사들이 나서려 했다.

하지만 왕비는 그들을 제지하며 이렇게 외쳤다.     


“놔둬! 그녀는 충분히 저 애송이를 처치할 수 있으니까.”     


마녀와 알랭의 싸움은 한참을 이어갔고, 둘은 기진맥진해졌다.

마녀는 복제술을 써 여러 개의 자신을 만들어냈고 진짜 마녀를 찾기 위해 알랭은 더 기진맥진하며 최선을 다해 그녀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후작의 모임에 참석하는 참석자 중 하나였다.

그는 늑대들을 불러 모았고, 늑대들은 왕비의 호위무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 또한 호위무사를 상대로 싸웠고, 그렇게 또 싸움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알랭이 마녀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리려는 찰나 어디선가 알랭의 올빼미가 나타나더니 마녀의 눈을 공격했다. 

올빼미에게 눈을 쪼인 마녀는 단말마의 비명을 외치며 쓰러졌다.

기회를 잡은 알랭이 마녀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마녀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며 위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려줘! 내가 한 게 아니야! 

다 저 왕비가 시킨 거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제발 살려줘!”     


구차한 그녀를 바라보던 알랭은 마침내 자신이 들고 있던 검으로 그녀의 목을 베었다.

여전히 늑대를 부른 사내와 늑대들은 호위무사와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놀란 왕비가 나머지 호위무사들을 이끌고 도망가려 하자 알랭은 도망가는 호위무사들을 쫓아가 그들에게 마법을 걸었다. 

졸지에 그들은 모두 생쥐가 되어 뿔뿔이 숲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위기감에 빠진 왕비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알랭을 보며 뒷걸음쳤다.

수세에 몰린 왕비가 알랭을 회유했다.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겠지. 

나는 이 나라의 왕비고, 왕이 죽은 지금 이 나라의 모든 건 다 내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난 다 줄 수 있어. 

그러니 나와 함께 궁으로 가자. 어서 나를 보필하라! 어서!”     


알랭은 왕비에게 점점 다가가 마침내 그녀와 마주 섰다. 

왕비는 두려움에 떨며 다시 외쳤다.     


“내 모든 걸 다 네게 줄 거라니까. 

그리고 원한다면 넌 나와 잠자리를 할 수도 있어. 

나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거든. 

널 이제까지 맛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안내할 걸 약속하지. 

그러니 나를 어서 왕궁으로 데려다줘, 제발!”     


그녀를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던 알랭이 그녀에게 마법을 걸기 위해 팔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왕비는 다시 한번 더 그를 회유하려 들었다.     


“뭐가 필요하지? 그걸 말해주면 난 뭐든 줄 수 있어. 

내 말을 제발 믿어! 네가 후작한테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난 너의 새 주인이 될 수 있다니까! 

그리고 널 이 나라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명예로운 사람으로, 

아니 네가 원한다면 내 지아비가 되어 이 나라를 통치하게 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 나를 어서”     


알랭은 아무런 답도, 표정도 없이 그녈 쳐다보다 다만 이렇게 외쳤다.     


“이건 대제님을 위하여!”     


라고 하며, 손을 높이 치켜올려 허공에 몇 번 휘젓더니, 그녀를 순식간에 독사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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