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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Feb 25. 2024

다시 봐도 가슴 찌릿, 울컥하면서 동시에 상큼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1998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 1999년 7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음악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최우수 남우 주연상과 드라마부문 음악상을 수상한 꽤나 오래된 이 영화는 이태리의 감독이자 영화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직접 각본까지 맡아 열연한 내가 꼽는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에서 로베르토 베니니는 실제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냈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오랜 시간이 흐른(처음 이 영화를 감상한 지가 15년이 훌쩍 넘어 버렸으니~) 지금까지도 영화의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날 미소 짓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애정과 찬사는 긴 세월 빛바래지 않고 유유하게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이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나는 늘 아주 많이 따뜻한 상큼한 봄날을 떠올리게 되고, 그러다 참 우리네 인생이 불가사의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가슴 한편이 서늘해짐을 느끼다가도, 또 금방 이 영화의 제목처럼 우리네 인생은 아름답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걸 이참에 밝히고 싶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내게 봄날과도 같은 청량감과 상큼함을 느끼게 만드는 동시에 묵직한 생의 부조리함과 비련함에 깊이 빠지게 만들다, 어느 순간 생에 대한 무한한 희망을 선사하는 참으로 알쏭달쏭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다.  

우리네 삶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이 바로 이 영화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는 우리 인생을 온전히 함축하고 있다고 여기게 되면서 말이다.


영화의 내용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늘 유머와 재치를 곁에 두고 무기 삼는 유대인이자 이태리인인 귀도는 친구와 함께 삼촌을 찾아가던 중 미모의 여교사 도라를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그는 언젠가 책방을 낼 것을 꿈꾸고 있는 아주 선량한 시민이자 한 편으론 대단한 베포를 소유한 사나이 중 사나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에 기죽지 않고 첫눈에 반한 여성에게 끊임없이 접근하는 그는 굳센 의지의 화신이자 세상만사를 긍정적으로 사유하는 자유영혼 그 자체다.


그런 자신의 노력에 힘입어 결국 그는 조건적으로 자기보다 훨씬 나은 연적을 물리치곤 사랑하는 여인 도라와 결혼, 귀여운 아들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으니 그 이유는 바로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후 이태리에 독일군들이 진군하면서 유태인 귀도와 그의 아들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기차에 오르게 되고, 그 결과 유태인이 아니었던 도라마저 사랑하는 가족을 따라 기차에 올라 그들의 운명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용소에서 영화의 주인공인 귀도, 즉 로베르토 베니니가 보여주는 대부분의 장면들은 그 이전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그 어떤 장면보다도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데, 때론 슬립스틱 코미디로, 때론 적절하고 재치 넘치는 유머로 일관하는 그의 이런 유머 감각은 아마도 그의 천재성으로부터 부여받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유머, 즉 적재적소에 아주 적절하고 무릎을 칠만한 그런 유머를 배치한다는 게 사실은 대단한 판단력과 순발력, 거기에 대단한 센스와 지적인 감각을 요구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는 분명 뛰어난 감성과 두뇌의 소유자가 분명할 것이라는데 온전히 날 다 걸겠다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발언이려나?


아무튼 그의 유머가 가장 빛나는 부분 몇 개를 꼽자면, 자신들이 처한 암울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귀도는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아들 조수아를 달래며 ‘게임 놀이’를 설명하고 그 후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이에 맞추는데, 뭐니 뭐니 해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 조수아가 독일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실수로 영어를 사용했을 때 모든 독일 아이들에게 영어 ‘생큐’를 가르쳐 위기를 넘기는 장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도라에게 들려주기 위해 수용소에서 오페라 LP를 턴테이블에 올려 트는 장면, 아내를 찾기 위해 여성 복장을 하고 여자

수용소를 뒤지는 장면 등등이 그것들이 되겠다.


그리고 영화 속 내레이션을 담당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을 반추하는 영화 속 아들 조수아인데, 여기서 그는 실제 자신의 아버지의 희생을 바탕으로 그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걸 은연중 강조하고 있어 우리들을 짠하게 만든다.  

영화를 통해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그의 유머가 진중하게 아버지에 대한 헌사로 바뀌는 아주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우리네 삶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빚을 지기도 하지만 그 빚을 제대로 갚아나가려고 하는 의지, 즉 누군가에서 받은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려고 하는 행위야 말로 가장 고귀하고도 우리네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이고, 그는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희생’과 ‘사랑’에 물을 주고 꽃을 피워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이라는 선물로 되돌려주고 있음을 이 영화를 통해 우리들에게 증명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니 인생은 진정 아름답지 않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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