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
10년 전 특별히 ‘유아교육’을 공부해야겠다고 내가 맘먹게 된 계기는 우리 데미안 때문이었다. 그 아이를 잘 키우는 건 부모의 몫이 가장 크겠지만, 많이 젊은 엄마 아빠를 도와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 여겼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이 공부를 특별히 염두에 두고 시작했었다.
블록 1에서 배웠던 과목은 유아교육 입문, 유아 관련 서류 작성을 위한 컴퓨터 수업, 아동 발달학, 유아 관찰과 기록, 그리고 유아 관련 안전교육까지 모두 5 과목이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과목은 아동 발달학이었는데, 우리를 가르치는 교수님이 좀 많이 바빠 수업 일수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개인적 사정에 의해 다른 과목에 비해 결강이 많았다) 생각보다는 많은 걸 배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매우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공부했던 아동 발달학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먼저, 아동 발달학을 배우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얼마나 준비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르고 하는가였다.
물론 임신을 한 여자들은 임신에 관련된 책을 읽기도 하고 나름 준비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정말 충분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유아 관련 정보들이 날 압도하다 보니 많은 예비 엄마, 아빠들이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할 게 너무도 많다는 걸 절감했고, 아울러 우려스러워지게 된 것이다.
또한 부모뿐 아니라 유아나 아동들을 가르치는 교사 역시 이런 과정들을 모두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건 너무도 자명한 이치라 여겨져 더욱 학습에 몰두하게 됐다.
그간 아동 발달학에서 우리가 다루었던 주제는 아동 발달학과 관련된 이론 (프로이트, 에릭슨, 스키너에서부터 피아제, 비고스키, 브론펜 브렌너까지)부터 아동발달에 관련된 연구와 측정방법, 그리고 유전에 관한 기초 지식과 유전 관련 질병, 유전과 환경의 연관성, 수정 착상부터 아기의 탄생까지 임신과 출산에 관한 지식들, 영유아의 신체발달이론, 영유아 인지 발달론, 감성과 사회적 행동과 성격에 관한 이론 등이었다.
한마디로 유아와 관련된 전반적인 이론을 두루두루 배운 셈인데, 이런 이론들 역시 영유아를 책임지는 보육교사 혹은 유아교육 담당자뿐만 아니라 한 인간을 탄생, 성장시키는 부모로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이란 생각이 배우는 내내 들었다.
예를 들어 임신 중 엄마의 생활 태도나 섭생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좀 더 예비부모, 특히 예비엄마가 주의를 기울일 것은 자명한 이치라 여겨진다.
더불어 평소 내가 생각했던 부모학이라는 학문의 필요성이 그 당위성을 발휘하는 순간들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는 것을 이쯤에서 또 밝혀야겠다.
또한 중등 교육과정에서 임신 관련 성교육을 시킬 때 임산부가 태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피해야 할 것들 등 확실한 이론적 바탕을 일찌감치 교육시켜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아무리 유전적 요소가 깊게 개입된다 하더라도 한 인간이 탄생한 후 주변 환경으로 유전적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걸 배우고 나니 이런 교육의 필요성을 더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그밖에 유아교육을 책임지는 유아교사들은 물론 초등학교 교사, 그 밖에 중고등교사까지 아이들을 책임지고 교육하는 모든 교육자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진심과 애정을 다해야 함은 물론 그 아이들의 유전적 병력이나 가정사까지 모두 알아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학습장애를 가졌다고 단정 짓고 한 아이를 무능하게 치부했던 교사들이 얼마였던가를 떠올려보면 지난 내 학창 시절의 추억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이 절대 아니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고, 또 내 학창 시절의 교사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얼마나 폭력적이었고 알게 모르게 인격모독과 폭력을 정당화했었는지를 떠올려보면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이 모든 게 알고 보면 모두 교육의 부재(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왜곡을 했으니 우리 교육이 얼마나 잘 못 되었던 것이었는지, 혹은 인식 부족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잘못을 저지른 것이니 어찌 보면 모두가 다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겠고) 탓이니 딱히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데미안을 돌보면서 나 자신도 내 아이들에게 잘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뉘우치고 다시 배워갔었다.
어린아이는 모를 거라고 여기며 부주의했던 일들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지, 부모와 아이의 유대 관계가 얼마나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지, 부모의 불화가 아이의 정서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는지, 또한 몰라서 혹은 부주의해서 아이의 심리를 외면하는 경우가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 고, 그 결과 아이가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지 일일이 열거하기 부족할 정도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많고도 많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절대 말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끝없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조건이라면 조건 없는 사랑으로 자식에게 끝없는 신뢰감을 부여하는 건 충분조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식을 기를 때 미처 깨닫지 못하고 배우지 못했던 걸 뒤늦게나마 손자가 자랄 때 배우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학습에 열중했고, 다행스럽게 결과도 괜찮아 보람 있었던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무려 10년 전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