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할 방법이 있을까?
워낙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유난히 겨울이 되면 난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꾼다.
그 이유는 내 나이 40대 후반쯤부터 겨울만 되면 심각하게 침체되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었고, 처음엔 단순히 그냥 햇살 좋은 곳으로,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그게 '계절우울증'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어느 정도 위로받은 것도 진실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힘듦에 대해선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던 것도 진실이다.
해서 한동안은 캐러비안으로 피한 여행을 떠나기도 했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비슷비슷하게(모든 게 다 포함된 올인클루시브라는 패턴) 느껴져 흥미가 반감됐다.
그렇다고 남미를 여행하기엔 안전 문제도 그렇고 썩 내키지 않아 아직까지 남미 쪽으로 여행을 간 적은 없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자면 하와이나 남태평양의 보라보라, 혹은 인도양의 모리셔스, 몰디브 외 수많은 섬이 있는 폴리네시아, 그리고 뉴질랜드와 호주가 이곳 겨울에 따뜻한 곳이긴 하지만 그곳 중에서도 하와이를 다녀온 게 고작이다.
너무 멀기도 하고 가격 면에서도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내가 사는 퀘벡 사람들 중엔 겨울만 되면 새들이 이동하듯 꽤 많은 사람들이 남쪽, 특히 미국의 플로리다 주로 피한 여행, 아니 여행이라기보단 몇 달살이를 떠나곤 하는데 나와 남편 또한 나이가 조금 더 들었을 때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원래는 한국으로 역이민을 고려해보기도 했는데 역이민의 폐해도 꽤 있는 듯 보여 지금은 보류 상태다.
한국으로 역이민을 가게 되면 그곳을 베이스캠프로 해서 옆나라 일본, 혹은 동남아시아 몇 나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려고도 했는데, 그 계획도 일단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셈이다.
그밖에 또 다른 옵션으로는 그나마 조금 따뜻한 포르투갈 남쪽이나 스페인 남부, 혹은 프랑스 남부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스페인은 요즘 외국인 쫓아내기 바쁜 듯 보이고, 프랑스 남부는 생활비가 꽤 비싼 듯하고, 그나마 포르투갈은 괜찮아 보이지만 잘 모르겠다.
사실 내가 정말 살고 싶은 곳은 이탤리인데, 어차피 남편에겐 불어가 모국어고 나에겐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로는 불어가 용이하므로 프랑스 남부와 이탤리 국경 어디쯤에 사는 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보는 뇌피셜에 불가하지만 이게 현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하면서 계속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날이 오기 전까지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전에 계절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극복방법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인터넷 정보 참조).
계절우울증 원인
(1) 햇빛 부족
가을과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어든다. 햇빛은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행복 호르몬)을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햇빛이 부족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우울한 감정을 쉽게 느끼게 된다.
(2) 멜라토닌 변화
햇빛이 적어지면 멜라토닌(수면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유발함. 이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 리듬이 깨지고 우울감이 심해진다.
(3) 생체 리듬 불균형
햇빛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서카디안 리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조량이 줄면 낮과 밤의 리듬이 흐트러져 집중력 저하, 무기력, 우울감이 동반될 수 있다.
계절우울증 증상
무기력감 : 아무것도 하기 싫고 늘 피곤함을 느낌
과도한 수면 :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도 개운하지 않음
과식 또는 식욕 변화 : 특히 탄수화물과 단 음식 섭취 증가
체중 증가 : 식습관 변화와 활동량 감소로 인한 체중 증가
집중력 저하 : 일이나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움
사회적 위축 :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귀찮고 혼자 있으려 함
우울한 감정 : 슬픔, 불안, 무가치감이 심해짐
나 같은 경우엔 위의 예시 중 세 번째, 다섯 번째, 일곱 번째 증상이 있다.
계절우울증 극복 방법
(1) 햇빛 노출 늘리기
아침에 20~30분 정도 햇빛을 쬐며 산책하기
창문을 열어 자연광을 최대한 집 안에 들이기
가능한 낮 시간에 외부 활동 늘리기
(2) 규칙적인 생활 유지
일정한 시간에 기상과 취침하기
균형 잡힌 식사와 가벼운 운동으로 활력 유지
알코올과 카페인 과다 섭취 자제하기
(3) 라이트 테라피(광선 요법)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으로, 특수 제작된 광선 치료기를 통해 하루 20~30분 인공 햇빛을 쬐면 우울 증상 완화에 큰 효과가 있다.
(4) 영양 관리
오메가 3, 비타민 D, 마그네슘 등이 우울감 완화에 도움
탄수화물 과다 섭취 대신 단백질과 채소 위주 식단 유지
(5) 전문가 상담 및 치료
증상이 심각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 필요
필요시 항우울제 처방 또는 인지행동치료(CBT) 병행
나의 극복방법으론 1번과 2번, 그리고 4번 정도가 될 듯하다.
가을까진 일주일에 두 번 수영, 거의 매일 산책, 그리고 매일 스트레칭을 하지만 겨울이 되면 간혹 너무 춥거나 눈보라가 심한 날 산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외적인 날만 빼곤 지속적으로 햇빛 노출에 주력할 것,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과 영양 관리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굳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