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함께 한!
지난주 부활절로 다미안 학교가 일주일 휴교였다.
해서 남편과 나는 아주 오랜만에 다미안과 외출, 외식을 결정했다.
우리가 즐겨 찾는 쁘띠 이탤리 지역의 타이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가 즐겨 찾는 카페와 양념가게를 다미안에게 보여주고, 쇼핑도 하고 차도 마시고 마지막으로 지난번에 가 보지 못했던 디저트 맛집까지 두루두루 훑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 역 근처에 주차한 뒤 지하철을 이용해 늘 가는 그 코스대로였는데 그날은 날씨도 좋아 모처럼 기분이 업됐다.
타이 레스토랑에 도착해 보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웨이팅리스트가 있었고, 우린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순서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니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예약도 안 되는 곳인 줄 알았다면(남편이 그곳으로 결정했다!) 중간에 다른 데(다미안에게 보여준다고 오는 길에 있던 양념가게에 들러 시간을 지체했다!)로 빠지지 말고 최우선적으로 먼저 레스토랑에 도착했어야 하는 거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 다미안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내게라도 먼저 가서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라고 하던지 말이다.
내가 까칠한 건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난 목적지향적인 사람인지라 어떤 목적이 있으면 거기에 올인하는 편이다. 또한 우선순위를 중요시하는 편인데 그건 결국 비효율적인 걸 몹시 꺼려한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남편의 행동은 내겐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면이 있었다.
예전에도 한번 인기 샌드위치숍을 예약 없이 방문했다가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에 내가 결국 폭발(유명한 곳을 그것도 점심시간에 예약 없이 간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었으니)했던 적이 있던 터! 예약이 안 되는 곳이라면 가급적 일찍이라도 도착하려는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 게 타당하다고 여겨졌으니 화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거였다.
20 여분 기다리다 결국 자리가 났고, 안으로 들어와 자리 잡은 후 내 표정을 눈치챈 남편이 물었다.
"Are you OK?"
잠시 난 남편을 쳐다보다 결국 입을 열었다.
"물으니까 말할게."
로 시작된 나의 열변이 시작됐다.
누군가는 날 인내심이 없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난 워낙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사람이고, 어물쩍 뭘 넘기는 것도 참 힘든 사람이고, 기회가 된다면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의 표정이 미안함으로 전달됐고, 옆에 다미안도 있고 해서 그걸로 끝내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음식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물론 나만 말고 우리 모두 말이다.
남은 음식은 싸달라고 했고(여기선 다들 이러는데 한국에 가보면 남은 음식을 싸달라고 하는 걸 많이 꺼리는 듯보인다. 이것도 문화 차이겠지?), 밖으로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커피가 땡기신다는 남편의 요청에 따라 참새 방앗간 들르듯 '카페 이탈리아'에 도착해 하나만 주문하기 뭐해서 남편의 에스프레소에 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내 입맛엔 내 아메리카노가 에스프레소였다! 는 후일담을 전한다.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나톨'. 바로 양념가게. 그곳에서 주전부리를 조금 구입한 후 오늘 제일 기대되는 이탤리언 베이커리숍으로 냉큼 걸음을 옮겼다.
케잌이며 페이스트리며 오색찬란, 영롱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곳이었고, 기대가 컸던 만큼 사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우리 결국 각자 하나씩만 페이스트리를 구매하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 포장된 박스를 푸는 그 순간까지의 기대감이 아마도 그날의 하일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아주 오랜만에 다미안과 함께 한 나들이었다는 거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