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리를 잔잔하게 보여주는 영화 'The Descendants'
제목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후손’이 되겠고,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인지에 대해선 아마도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인 카우이 하트 헤밍스의 작품을 읽어보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일단 내가 추측하는 이유는 대략 이와 같다.
멋진 풍광의 하와이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선조가 물려준 것들을 지켜야 할 후손의 의무, 그리고 인간의 도리를 지켜나가면서 우리는 대를 이어나가야 하고 그게 바로 선조로부터 후손에게까지 면면이 이어지는, 우리네 삶이 보여주는 대개의 모습일 거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꼽는 “사이드웨이”의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인데, 그는 감성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가히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매우 탁월한 감독이므로 그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관람하기 전 충분히 흥분되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려 한다.
아울러 지금 방금 떠 오른 사실 하나는 이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우리나라의 감독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인데, 가령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을 절묘하게 집어내 거기에 영상적 미학을 덧입히는 재주로나 분명 너무도 비극적인 어떤 장면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희극적 요소가 감지되도록 해 우리에게 다소 민망한 너털웃음을 유도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건 다른 말로 하자면 진지함과 유쾌함, 그리고 적절한 유머, 이 삼박자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우리들의 감각을 제대로 일깨운다는 것이 되겠는데, 그런 이유로 이와 같은 작품을 접하는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마니아 팬이 될 수밖에 없음이리라. 좀 더 오버해서 표현하자면, 이런 영화는 바로 우리 인간의 기본적인 소양과 도리를 우리 스스로 가장 효과적으로 감지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우릴 영화 감상 전 평범한 인간에서 영화 감상 후 비범한 인간으로 탈바꿈 시킨다. 적어도 어느 정도 기간까지는 말이다.
사실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감상하려 했었지만 어쩌다 보니 여의치 않아 아쉽게 포기했었던 작품인데, 뒤늦게나마 감상하게 된 것이 어쩌면 더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영화를 보는 내내 했었다. 그건 왜냐면 이런 드라마 장르의 영화는 홀로 고요히 앉아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며 감상을 하는 게 제격이라고 평소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의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보니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잃은 대신 더 좋은 걸
얻었다는 확신을 여전히 난 가지고 있다.
약간 긴 수다를 떨다 보니 정작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못 했는데, 이 영화의 대략적 줄거리를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저 자기 일(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충실히 일해서 돈을 벌어들이는)에만 올인했던 한 가장이 어느 날 아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일을 겪게 되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자녀들과의 어색한 마주 보기,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내의 ‘바람’ 소식을 직접 딸의 입을 통해 들으면서도 남편의 도리를 넘어 인간의 도리를 지켜나가는 고군분투기, 인간성 승리에 대한 기록, 뭐 이쯤 되겠다.
그는 냉철함이 요구되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너무도 인간적이라 아내와 바람을 핀 남자를 찾아내 굳이 얼굴을 확인하려 들고, 반항에 이골이 난 큰딸의 남자 친구가 못마땅하고 상관도 없는 자기네 가정사에 함께 따라다녀도 정당한 이유 없이 그를 무시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꽤나 정의로운 사람이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자기 딸이 사고를 당한 이유를 사위의 쫀쫀함으로 몰아붙이는 장인 앞에서도 그녀의 비리를 들추기는커녕 모든 걸 덮고 애써 참아주는 인내심의 소유자기도 하다.
한 마디로 완벽한 삶을 이루었다고 믿어지던 인간이 어떤 계기로 인해 자기의 삶을 뒤돌아 보니 모래성이었구나~를 깨닫게 되고, 그걸 기회로 참된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인데, 참으로 따뜻하면서도 한 편으론 익살맞고 자연스럽게 잘 그려졌다고 여겨진다.
더불어 영화의 말미쯤에는 한 없는 감동이 밀려들어 편안한 휴식을 하와이에서 보내고 온 것 같단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배경이 하와이인 것은 진정 탁월한 설정이었다고 여겨진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백미는 아마도 이 장면일 듯. 자기를 배신한 아내와 정을 통한 남자를 굳이 찾아가 아내의 최후를 알려줘야 할 의무, 아니 인간적인 배려를 당연시하는 모습과 그러면서도 분을 못 참아 울그락불그락하는 표정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오해하고 있는 그의 아내에게 복수심으로 급 키스를 퍼붓고 그 자리를 떠나는 장면.
이 장면은 너무도 우리의 속마음을 고대로 비추는 너무도 인간적인 장면이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슬프면서도 어딘가 묘한 웃음을 자아내는 놀라운 영화가 분명하다. 그리고 영화는 진정 감독의 예술임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떠오른 또 하나의 이와 비슷한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 이 영화도 한번 더 봐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