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by so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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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떠올려 보면 두 작품이 생각한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톰 소여의 모험」은 유쾌한 모험과 우정을 다루고 있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흑인 노예 짐과 주인공 허클베리 핀의 우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소설 「제임스」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흑인 노예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다.




내 이름은 제임스이다. 내가 역사의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팔려갔고, 거기서 다시 팔려갔다. …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고, 가족이 있으며, 가족을 사랑하지만 가족에게서 강제로 찢겨나간 사람이며,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써 내려갈 사람임을 말하고 싶다.

p. 126-127




미국 작가 퍼시벌 에버렛이 쓴 이 소설은 2024년 전미도서상 · 커커스 프라이즈, 2025년 퓰리처상, 브리티시북어워드 · 오디 어워드를 수상하고, 2024년 부커상 · 오웰상 ·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2025년 아스펜 워즈 문학상 · 펜 포크너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평단과 독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흑인 노예 짐은 글씨를 읽고 쓸 줄 알지만 백인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어눌한 말투를 쓰며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있다. 하지만 꿈이나 환각과 같은 세계에 들어서게 되면 능숙하게 철학적 대화를 하며 자유와 정의, 그리고 인간성에 대해 사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백인 주인이 자신과 가족을 팔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도망을 치게 되고 함께 따라온 헉(허클베리 핀)과 함께 미시시피강을 따라 모험을 떠난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해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분명 계획이 필요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자유를 얼마나 원하는가?라고 묻고 솔직하게 답해야 했다. 가족을 자유롭게 해줄 거라는 목표 역시 망각할 수 없었다. 내 가족이 없다면 자유가 무슨 소용일까?

p. 185




잔혹한 노예 제도 아래에서 흑인의 처절한 삶과 고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자신에게 가해진 억압에서 탈출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자유를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짐의 모습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인간으로 진화해간다. 악을 죽이는 것이 과연 악인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선과 악의 경계가 미묘한 현실에서 그의 질문에 나 또한 생각이 많아진다.




노예 제도 현실에서 백인들은 자신들이 주인이라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있다. 그러나 소설 속 흑인 노예들은 백인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언어와 신호로 소통한다. 우월감에 심취한 백인들이 오히려 우습게 보이는 장면에서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만약 지옥을 고향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지옥으로 돌아가는 게 귀향이 아닐까? 만약 지옥이라는 곳이 실재한다면, 그 사람은 지옥불이 조금이나마 덜 뜨거운 곳이 어디인지, 암석들이 조금이나마 덜 뾰족한 곳이 어디인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 지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는 내 가족이 있었고 나쁜 일들과 오물통들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감시인들이 있었다.

p. 355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해 능동적으로 달려가는 짐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흙수저 금수저 등으로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나눠져 있다는 편견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극이 될 것이다.




짐과 헉의 험난한 모험이 절정에 다다를 때쯤 헉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다. 헉은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린 백인 아이가 선택할 미래가 궁금해졌다. 작가는 고전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잔혹한 노예 제도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삶의 주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제임스의 삶을 지켜보길 기대해 본다.





제 이름은 제임스에요. 저는 제 가족을 되찾으러 갈 거에요. 여러분은 저와 함께 가도 되고 여기에 그냥 남아도 돼요. 저와 함께 가서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해도 되고 여기에 그냥 남아도 돼요.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하다가 저와 함께 죽을 수도 있고 여기에 그냥 남아 있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제 이름은 제임스에요.

p.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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